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보크가 아닌가 싶었다.”
시험을 제대로 잘 치지 못한 학생이 시험 후 “망쳐서 아쉽다”라고 말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지나간 과목은 잊고 다음 과목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2일 네덜란드전 참패.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민다. 특히 상대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의 기교투를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접해보니 더욱 까다로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류중일 감독은 3일 대만 타이중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앞서 “마크웰이 볼은 빠르지 않지만, 기교파 투수이고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볼을 잘 던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전력분석을 잘 했다고 해서 경기를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야구는 선수와 선수가 싸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당일 컨디션과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시험을 망친 경험이 많이 있을 것이다.
부질없는 후회지만, 류 감독은 단 한 가지 아쉬움을 전했다. “견제할 때 보크가 아닌가 싶었다.” 실제 경기 중 마크웰의 1루 견제가 보크가 아닌지 수상했던 류 감독은 박정태 코치에게 지시해 항의도 했다. 실제 최정이 1루에서 마크웰의 견제, 투구 동작에 속아 횡사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한국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마크웰에게 4이닝동안 꽁꽁 묶인 한국은 결국 네덜란드에 끌려다니다 완패했다.
류 감독이 말하는 마크웰의 보크 의혹은 이렇다. 견제를 할 때 디딤발인 오른발을 완전히 1루로 향한 채로 1루에 공을 던져야 하는데, 홈쪽으로 향하면서 1루에 견제를 했으니 위투, 즉 보크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야규규칙상 디딤발의 방향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투구를 하려면 홈쪽으로, 1루에 견제구를 던질 것이라면 1루쪽으로 정확하게 뻗어야 한다.
류 감독은 “마크웰이 견제를 할 때 확실히 홈으로 발을 약간 움직이면서 하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과거 트레비스나 주키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걔들은 자국에선 보크로 인정을 안 해줬는데 왜 한국에선 보크로 지적하느냐는 생각이었다. 확실히 미국이 그런 게 관대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어쨌거나 지나간 일이다. 네덜란드전 완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류 감독과 선수들은 마크웰의 보크성 견제가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마크웰.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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