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시야를 넓혀라.
류중일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은 3일 대만 타이중구장에서 열린 최종훈련에 앞서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네덜란드에 패배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표팀. 류 감독은 그럴수록 시야를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선수들과 코치들, 심지어 류 감독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 관대한 보크 규정
네덜란드전 완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한국 타자들은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정교한 제구력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류 감독이 딱 하나 아쉬워한 게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의 애매한 견제동작이었다. 박정태 코치가 보크가 아니냐고 항의까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 감독은 “무릎이 타자쪽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 1루 견제를 하더라”고 했다. 야구규정상 공을 던질 땐 디딤발의 방향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타자에게 투구를 할 경우 홈으로, 1루 견제를 할 땐 1루쪽으로 정확하게 뻗어야 한다. 류 감독은 왼손 투수 마크웰의 오른 무릎이 약간 홈쪽으로 향한 상황에서 1루 견제를 했다고 봤다. 최정의 횡사도 이런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류 감독은 “외국은 아무래도 보크 규정이 관대한 것 같다. 트레비스나 주키치도 견제구를 던질 때 보크로 지적 받으니까 자국에선 아니었다고 항의하더라”고 했다. 결국 류 감독의 생각은 국제대회선 규정이 약간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도 감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그에 맞게 대처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봤다. 크게 보면 야구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 강민호 악송구, 주자 공격적으로 홈 대시했지만…
대표팀은 네덜란드전 7회 0-4로 뒤진 무사 만루 위기에서 강민호의 악송구로 1점을 더 내줬다. 당시 앤드류 존스의 투수 땅볼 때 정대현이 강민호에게 홈으로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추가했고, 이후 강민호가 1루에 공을 뿌려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려고 했으나 홈으로 대시하던 스쿱의 벤트 레그 슬라이딩에 중심을 잃으면서 악송구가 됐다.
스쿱의 송구방해로 선언될 수도 있었으나 구심은 인플레이를 선언했다. 스쿱의 홈 대시에 강민호가 중심을 잃었으나 구심은 강민호를 염려하는 기색도 없었다.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주자들의 베이스러닝이 국내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홈에선 더 하다. 안전장비를 하고 있는 포수에게 주자들이 막 부딪친다”며 “원래 그게 맞다. 국내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선 샌드백을 두고 부딪히는 연습도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이젠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자들의 대시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국내 야구판에선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오히려 수비수를 피해서 주루를 하다가 다치는 주자도 많았다. 류 감독은 “이젠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야구의 깊이를 느끼고 있다.
▲ 3루 베이스 코치 너무 의식하지 말자
류 감독은 “프로에 막 들어온 선수들이 대부분 3루 베이스 코치를 지나치게 의식하더라. 경기 상황, 타구 판단은 스스로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3루 베이스 코치의 사인을 잘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2루주자가 좌전안타 때 홈으로 파고들지 말지를 판단해야 할 땐 주자가 타구를 등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그럴 때도 타구를 보고 감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야를 넓혀야 한다. 경기 상황 판단을 잘 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했다. 류 감독은 한화 이종범 주루코치, LG 이병규가 그런 능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삼성은 류 감독의 이런 지론에 따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3루 베이스코치 없이 경기를 할 때도 있다. 선수들이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히길 바라는 류 감독이다. 그래야 한국야구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이는 위기에 처한 대표팀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대표팀은 지금 조급하다. 플레이에 여유가 없다. 당장 4일 호주전서 패배하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다. 이럴 때일수록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차분하게 경기를 치를 필요가 있다. 조급하면 시야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류 감독이 강조한 넓은 시야는 공교롭게도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류 감독 본인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류중일 감독(위), 대표팀 선수들.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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