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절반의 성공이었다.
류중일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이 가장 걱정한 게 터지지 않는 타선이었다. 3일 최종 훈련을 앞두고선 오죽했으면 “기자분들이 라인업을 짜서 저한테 갖고 와 보세요”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으나 뾰족한 수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류 감독은 4일 호주와의 1라운드 B조 2차전을 앞두고 “이승엽을 3번, 최정을 6번으로 놓는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타순 변화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류 감독은 2일 네덜란드전서 정근우-이용규-김태균-이대호-김현수-전준우-강민호-강정호-최정 순으로 선발라인업을 짰다. 그러나 이날 호주전서는 이용규-정근우-이승엽-이대호-김현수-최정-손아섭-강민호-강정호 순으로 선발라인업을 짰다. 우완 선발 라이언 설에 대비해 테이블세터 타순을 뒤바꿨고, 김태균과 전준우를 빼고 이승엽과 손아섭을 선발 출전시켰다. 네덜란드전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최정을 6번에 전진배치했다.
왼손타자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최정의 타격감을 믿어보겠다는 계산.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용규가 2안타 1볼넷 1득점, 정근우가 2득점으로 공격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고,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3안타 2득점 1타점을 올렸다. 4번 이대호도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전진배치 된 최정은 안타는 없었으나 2개의 몸에 맞는 볼과 1타점으로 팀 공격에 기여했다. 손아섭도 1안타 1타점을 올리는 수훈을 세웠다. 새롭게 라인업에 들어오거나 타순 조정이 된 선수가 팀 득점에 직,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11안타 6볼넷 6득점. 4안타 무득점에 그친 네덜란드전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성적이었다.
경기 전 이용규는 “커트 신공을 발휘하겠다”라고 했다. 최대한 상대 선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겠다는 계산. 1회 선두타자로 나서서 호주 선발 라이언 설의 제구력이 흔들린 틈을 타 볼넷을 골랐다. 정근우의 유격수 땅볼에 2루에서 아웃됐으나 여전히 1사 1루 기회가 살아있는 상황. 이승엽이 우중간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이대호의 볼넷에 이어 김현수의 좌전 선제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후 손아섭이 3루수 정면 땅볼을 쳤으나 최선을 다해 1루로 뛰어 세이프가 돼 귀중한 1점을 추가했다. 테이블세터부터 중심타선까지 유기적으로 득점을 연결하는 과정, 결과 모두 훌륭했다.
대표팀은 2회에도 1사 후 이용규가 좌익선상 안타를 만들어내며 찬스를 만들었다. 정근우의 투수 땅볼로 2사 2루. 이승엽이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이용규와 이승엽이 제대로 득점을 합작했다. 7회에도 이용규가 선두타자 안타로 공격 물꼬를 튼 뒤 이대호의 깔끔한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반적으로 호주 구원투수 스티븐 켄트, 클레이튼 터너 등 왼손 투수들의 공을 옳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들은 변화구 제구력도 수준급이라 상대적으로 공략에 애를 먹었다. 류 감독은 경기 전에도 “호주 왼손 투수들이 변화구를 잘 던지더라”고 경계했는데, 비록 마운드의 완벽투로 승리했으나 이 부분은 찜찜한 대목이었다. 한국은 경기 중반 이후 또 다시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3회 1사 1루, 5회 1사 1루, 6회 1사 1루 찬스를 연이어 놓쳤다.
결국 초반 화력 폭발 덕분에 승리했다. 화끈한 승리는 아니었으나 승리를 하는 데는 무리 없는 공격력이었다.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대표팀 공격이 좋아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대만전이다. 희망은 있다. 한국이 안정적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려면 대만을 꺾어야 한다. 타선이 대만 마운드를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라인업 변경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한국이 대만전서 타선 대반격의 완성을 노린다.
[대표팀 내야수들.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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