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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10년이었다. f(x)의 무대에서 엠버가 사라졌다. 이내 f(x)를 탈퇴할 것이란 소문이 떠돌았다. 소문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먹으며 살을 찌우더니 f(x) 멤버들의 불화설이 추가됐다. 기다림을 반복하며 소문에 두려워하던 그들의 팬들은 그 당시를 '인고의 시기'라고 불렀다.
3년 뒤 2013년, 엠버를 만났다. 키는 컸고 얼굴은 작았으며 밝은 푸른색과 주황색이 섞인 굵은 줄무늬의 니트를 입고 나타났다. 명함을 건네자 엠버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전 명함이 없어서요"라더니 "엠버라고 합니다" 하면서 한 손을 슬쩍 내민다. 엠버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그리고 크게 웃었다.
2년 전 2011년. 결국 엠버의 탈퇴는 없었다. 발목 부상으로 팀을 떠나 있던 엠버는 미국에서 돌아왔고 다섯 명의 완전한 f(x)는 '피노키오'로 데뷔 후 처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탈퇴설, 불화설을 딛고 만들어낸 결과였던 터라 f(x)는 트로피를 받고 울었다.
f(x)의 맏언니 빅토리아를 멤버들은 '빅엄마'로 불렀다. '빅엄마'는 서로 다른 빛깔의 멤버들을 하나의 f(x)로 다잡았고, 엠버는 동생들을 아꼈다. 엠버는 "다들 예쁘고 귀여워요"라고 자랑했으며, 루나에겐 '강아지', 크리스탈은 '공주님', 설리에겐 '남동생'이란 별명을 지어 줬다. 동생들의 자랑을 늘어놓는 언니 엠버의 눈은 반짝반짝했다.
치기 어린 어린 여자 아이들이 모여서 5년을 더불어 지내는데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중요한 건 융화되는 과정이었고, 엠버는 '오해'와 '이해'를 꺼냈다. "처음은 문화 차이나 언어 차이 때문에 서로 오해가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5년 넘게 함께 지내면서 지금은 멤버들이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줘요. 만약 제게 슬픈 일이 있으면 멤버들이 먼저 다가와서 '괜찮아' 하면서 다독여줘요. 저희에게는 텔레파시가 있거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텔레파시."
탈퇴설이 떠돌았던 2010년의 이야기를 물었을 때는 "웃었어요. '아닌데, 부상 때문인데' 했었죠. 그런데 소문이 자꾸 커지더라고요. 하지만 그냥 놔뒀어요. 나중에 돌아와서 보여주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f(x)로 활동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도 물었다.
인터뷰 내내 엠버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서툴렀던 한국어는 이제 웬만한 자기 의사 표현쯤은 거뜬한 듯했다. 그래도 몇몇 단어는 여전히 어려운지 우물쭈물하기도 했는데, 단어를 찾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또렷한 발음으로 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멤버들이 다들 친한 것 같다는 말에 돌아온 엠버의 대답이었다. "f(x)는 가족이에요."
(사람들은 난해하다고 말하는 f(x)의 음악에 대해 엠버가 내린 정의는 인터뷰②에서)
[걸그룹 f(x)의 엠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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