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대만 팬들의 일방적 응원은 결국 한국에 독이 됐다.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최종전서 대만에 승리했으나 TQB에서 밀려 3위로 1라운드서 탈락했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3회 대회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1라운드서는 조 2위만 해도 2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대만과 부담스러운 일전을 치르고 말았다.
대만은 자국에서 이번 대회 1라운드를 개최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대만과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으나 그 비중이 이렇게 커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의 시나리오는 네덜란드와 호주를 무난히 꺾고 대만과 부담없이 조 1위 결정전을 치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대만전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대만은 이날 경기전 이미 2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전서 5점 차 이상으로만 패배하지 않으면 WBC 사상 최초로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만은 1~2회 대회,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최근 몇 년간 굵직한 국제대회선 한국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한국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심지어 이날 모 신문에서 한국을 깨부수자는 내용의 자극적인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뽑았고, 그걸 포스터로 만들어 인터콘티넨탈구장에 입장하는 대만 팬들에게 제공했다.
자연스럽게 대만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열기가 형성됐다. 이미 1라운드 3경기 모두 2만석을 가득 채운 상황. 이날 한국전의 경우 계단 통로까지 관중으로 가득 들어찼다. 관중석 상단에서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관중은 포스터를 들고 열광했고, 시종일관 대만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했다. 한국이 공격을 할 때, 또는 한국 투수들이 견제구를 던질 땐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경기 전 애국가가 연주되는 데도 일부 대만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한 마디로 경기장 분위기 자체가 대만 팬들의 열광의 도가니였다. 한국에서 날아온 야구 팬들도 1루쪽에서 조직적인 응원을 했으나 대만 팬들의 압도적인 사자후에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경기가 중반으로 넘어가자 일부 대만 팬들은 반쯤 정신을 놓고 열정적으로 대만을 응원했다. 한국으로선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대만은 자국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업고 200%의 경기력을 뽐냈다. 시종일관 주도권을 유지했다. 한국은 대만 팬들의 야유에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은 대만에 승리하고도 TQB에서 밀려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물론 한국의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대만 팬들의 열정적 응원 탓이라 할 순 없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다만, 한국은 자국 팬들의 엄청난 성원을 받은 대만의 당당한 2라운드 행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만 선수들(위), 대만 팬들(아래).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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