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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귀여운 베이글녀 키사라기 미키짱이 죽었다. 그녀가 죽고 난 뒤 다섯명의 삼촌팬들은 미키짱을 위한 추모식을 열었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이렇게 다섯 명의 삼촌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키짱을 추모하면서 시작된다. 배우 유민규는 삼촌팬 중 한명인 이에모토 역을 맡았다. 이에모토는 "미키짱에 관해서라면 내가 백과사전이다"라고 자부하는 인물로 미키짱의 희귀 아이템을 수집하고 그걸 만질 때는 꼭 장갑을 낀 채 경건한 자세로 임하는 소위 '오타쿠'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누군가를 열성적으로 사랑하기보단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받고만 자랐을 것같은 유민규는 그런 이에모토를 어떻게 표현해냈을까.
"이에모토를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적으로 제가 기초가 탄탄한 것도 아니고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고 구축해야 하나 고민했죠. 제가 개인적으로 아만다 사이프리드나 산다라박을 좋아하거든요.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하기도 했어요."
"처음 하는 연극, 잘한다는 말 듣고 자신감 붙어"
하지만 무엇보다 유민규에게 도움이 됐던 것은 선배들과의 호흡이었다.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있어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들과의 호흡은 많은 도움이 됐다.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 다행이었어요. 연기적으로 저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들이니까 많이 배웠죠. 선배님들이 억압하거나 강압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의논하면서 연습했거든요. 그래서 쉽게 갈 수 있었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는 연습 초반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극중 야스오 역을 맡은 김동현에게 '얘가 어떻게 이에모토를 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도 몰랐어요. 나중에 포스터 촬영하면서 동현 선배님과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선배가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걱정 많았다고.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까 잘 한다고 생각하셨대요. 그 말에 자신감이 붙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실제로 그는 연극을 처음해보는 신인답지 않게 이에모토 역을 잘 소화해냈다. 관록있는 선배들과 상대하면서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그 안에서 선배들과의 호흡으로 더 빛을 발했다.
아찔한 경험을 털어놓는 상황에서도 유민규는 겁먹거나 주눅들지 않았다. 뒤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연극의 묘미라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극을 하는 게 이렇게까지 재밌을 줄 몰랐어요"라며 웃었다.
"연극할 때는 같은 '안녕하세요'라는 대사 하나를 가지고 톤 높이에 따라 매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의 피드백이 달라지는게 신기해요. 마지막에 이에모토가 편지를 읽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할 때는 저도 모르게 빠져들기도 하고. 마지막 공연 때는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연기할 때는 매력있는 사람이고 싶다"
유민규는 이제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배우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이젠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도 생겼으니 배우로서 매 순간 감사하고 있다.
"연극을 하면서 저를 봐주러 오는 팬들이 생겼어요.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있는 기회가 사실 많이 없었는데 연극을 통해서 만나게 된거죠. 연극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팬들을 보면 진짜 감동이에요. 저한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진정한 배우가 되길 꿈꾸고 있다. 누가 봐도 연기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배우. 그는 롤모델로 배우 김윤석을 꼽았다.
"일상생활에서는 평범한데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매력도 있고 색깔도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김윤석 선배님 같은 배우가 롤모델이에요. 선배님이 영화 '황해'에서 했던 살인자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또 자폐증이 있는 천재 역할도 해보고 싶고. 뭐 사실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우 유민규.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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