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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광희, 게스트들의 눈을 보라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광희는 어디를 보고 있는 거지?'
'무릎팍도사'가 돌아온 지 어언 3개월이다. 그 사이 열 여섯 명의 손님들이 '무릎팍도사'를 만나고 돌아갔다.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매주 반복되고 있지만 KBS 2TV의 '해피투게더' 탓에 MBC의 목요일 밤 11시는 원래 꽤 오랫동안 취약한 시간대였다. 나름 워쇼스키 남매나 쿠사나기 츠요시, 성룡 등 예전에는 없던 외국인 게스트를 섭외해서 변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걸 감안하면, 시청률이란 지표로만 따지기에는 새로운 도전은 좀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MBC에서 시청률을 핑계 삼아 '폐지의 칼'을 뽑아 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쩌면 '무릎팍도사'나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에게 모두 긍정적인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 '야동' 광희다. '야동'이란 '야망동자'를 줄인 말인데 MC로서 큰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게 광희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무릎팍도사'의 지난 3개월 속 어느 지점에서 광희의 야망을 찾아야 하는 걸까.
게스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듯한 모습은 공부 부족이 이유일 수도 있고 콘셉트일 수도 있다. 정작 아쉬운 건 광희의 왠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과 산만한 눈빛이다. 특히 한 화면에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스트의 얼굴과 그 옆에 앉은 광희의 얼굴이 나란히 담기는 순간에 유독 도드라지며, 광희의 불안한 표정과 산만한 눈빛은 게스트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시청하는 사람까지 덩달아 게스트의 이야기에서 잠시 멀어지며 광희의 얼굴에 시선이 멈추게 된다. '어? 광희는 어디를 보고 있는 거지?'
시청을 크게 방해할 정도의 것도 아닌데 굳이 꼬투리 잡는 것 아니냐고, 전문 MC도 아닌 가수가 본업인 아이돌인데 그렇게 엄격할 필요가 있냐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광희가 앉은 자리는 '무릎팍도사'의 보조 MC다. '세바퀴'의 출연자 중 하나로서 다른 연예인들 틈에 앉아 있는 것이라면 광희의 표정과 눈빛 따위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광희의 자리에는 보조 MC의 책임을 수반한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예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올라이즈밴드의 잔상이 남아있다.
광희는 애드리브에 강한 연예인이다. 어떤 상황에도 주눅들거나 하는 것 없이 자신 있게 자신을 어필할 줄 안다. 말도 맛깔스럽게 잘해서 광희의 멘트에 종종 웃음이 터질 때도 있다. 하지만 '무릎팍도사'는 다른 공간이다. '무릎팍도사'의 MC는 자신을 어필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주인공은 게스트이며, MC는 게스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게스트도 MC와 시청자에게 마음을 열고 진짜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MC가 게스트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올라이즈밴드의 조금은 건조해 보이는 눈빛과 굳게 다문 입이 떠오른다. 그때는 특별히 올라이즈밴드에게 시선이 가지 않았다. 그건 사실 '무릎팍도사'를 시청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고백을 담담히 들으며 "아"하고 입을 벌리기도 했다가, 또 웃었다가, 이따금씩 궁금증이 생기는 걸 물어보기도 했다가 하는 게 '무릎팍도사'의 보조 MC였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광희.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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