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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신세계'에는 묘한 정서가 있다. 단순히 남자들의 의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청(황정민) 그리고 자성(이정재) 사이의 끈끈한 애정.
골드문의 2인자, 정청은 자신의 오른팔 자성을 아낀다. 자성은 사실은 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경찰이라는 비밀을 숨긴 탓에 건드리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녀처럼 늘 예민하지만, 정청에 대한 경계가 없다. 정청이 자성을 아낀 만큼 자성 역시 정청을 형제 이상으로 사랑했다는 증거다.
이후 모든 것을 알게 된 정청은 자성 만은 살려둔다. 자성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유언처럼 남긴 정청의 마지막 말에 인생을 뒤바꾼다.
'신세계'는 최고 자리로 올라가려는 남자들의 욕망을 그린 영화다. 오로지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은 모든 것을 내던진다. 강형사(최민식)는 골드문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놓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부하가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것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오로지 자신의 목표에 중독된 그런 인간이다.
이중구(박성웅) 역시 자신마저 파멸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청을 향해 칼을 빼든다. 썩은 동아줄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 혼자만 나가떨어질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섬뜩한 그리고 치졸한 이유 때문에 서로를 죽여 대는 남자들 사이 정청과 자성 사이 흐르는 형제애 이상의 애정은 감동스럽다.
박훈정 감독은 두 사람을 관통하는 끈끈한 애정을 '화교'라는 소수민족으로 설명했다. 한국 땅을 밟고 살아가지만 중국의 전통을 지키는 화교들은 여느 교포들처럼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민족이다. 국가의 울타리를 벗어나있는 이들이 의지할 데라곤 서로 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성과 정청처럼 골드문과 같은 거대한 조직사회를 움켜 삼킨 이들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오로지 서로를 의지하며 밑바닥에서부터 버티고 올라왔을 것이다. 칼 두 자루만 빼어들고 횟집을 습격하는 정청과 자성의 모습이 담긴 영화의 엔딩은 그래서 많은 것을 설명하는 신이다.
한재덕 PD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나서 이들이 '화교'라는 점에서 뭉쳐있기에 정청이 자성을 살려준 것은 아닐까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화교라는 사회적 소수의 위치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이들은 얼마나 살기 힘들었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애초에 ‘신세계’를 3부작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영화의 프리퀄 인 2편이 나온다면 정청과 자성의 보다 자세한 역사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황정민과 이정재. 사진 = NEW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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