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6일 첫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39)가 그의 영화 인생에 대한 철학을 들려줬다.
7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디카프리오의 신작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홍보 기자회견에 참석한 디카프리오는 이번 영화로 첫 악역에 도전한 소감과 함께 그의 영화 인생에 대한 철학, 그리고 국내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영화 '타이타닉'에 대한 생각에 대해 털어놨다.
디카프리오는 기자회견 내내 차분하지만 열성적으로 모든 질문에 공들여 대답했으며 첫 인사와 끝 인사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모두 한국어로 말하는 매너도 보여줬다.
또 디카프리오는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한 소감으로는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다"고 말했으며 LA의 코리아타운에서의 추억을 말하며 한국과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보여줬다.
다음은 디카프리오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이번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소감은?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대단한 감독과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자신의 주관을 밀어붙이는 열정이 있는 감독이다. 영화는 인종 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남부 지역이 어떻게 부패했는지 잘 보여줬다. 노예주의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미국의 건국 이념과 정반대다. 굉장히 어려운 역이었지만 재밌었고 자랑스러웠다. 다른 배우들이 많은 힘을 줬다.
특히나 사무엘 L. 잭슨과 제이미 폭스 등 평소 존경하던 배우를 그렇게 대하는 역할이라 힘들었다. 그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내가) 끝장을 보지 않으면 당시의 참상에 대해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망설임도 있었지만 그들의 응원 속에서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응원이 있었기에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사실이 아닌 것은 없으며 실제는 더 참혹했다.
-20년 넘게 배우생활을 해오며 구축해온 본인의 철학은?
처음으로 맡게 된 좋은 기회는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디스 보이즈 라이프'라는 영화였다. 당시 속성으로 영화사를 공부하기 위해 16살 때 1년동안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되고 싶은 배우에 대해 생각했다. 이후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고통은 한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걸작을 만들 수 있다. 영화는 현대예술 중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영화를 볼 때 세상만사를 잊고 영화와 캐릭터에 몰입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저는 최대한 최고의 사람들, 최고의 감독들과 일을 하고 싶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도 오래 일을 했고, 이번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일을 했다. 두 거장과 일을 하게 된 소감은?
두 감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스콜세지 감독은 아버지와 영화를 많이 보러다니면서 영화사에 대해 꿰고 있다. 누구보다 영화를 잘 아는 감독이다. 타란티노 감독은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B급 영화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두 감독을 한데 모으면 영화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두 분 모두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단한 감독들이다.
은퇴할 계획 전혀 없다. 독일에서 인터뷰를 할 때 최근 2년 동안 영화 세 편에 연달아 출연했기에 당분간 쉴 계획이라고 한 말이 와전됐다. 실제 쉬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얼마 전 태국 수상과 만나 상아 수입을 없애달라고 이야기 했다. 상아 수입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께서는 긍정적으로 답변 해주셨고 조만간 태국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주로 환경운동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구는 너무나 많은 파괴를 겪었다. 해야할 일이 많다.
-한국 감독이나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박찬욱 감독이 생각난다. '올드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혁명적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내게 권한 영화다. 스콜세지 감독은 (박찬욱 감독을) 굉장한 천재라고 이야기했다.
-'장고'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때문이다. 또 출연진도 좋았다. 아마도 박스오피스 성적이 가장 좋은 서부영화가 아닐까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독특한 재능을 가진 영화감독은 천천히 팬층을 만들어간다. 이런 감독을 우리는 존중해야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팬층을 만들었으며, 지금은 전세계 관객과 호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생각나는 캐릭터는 없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다보면 스튜디오에서 많은 제안을 받는다. 그럴 때 대부분이 미리 짜여진 경우가 많아 반복적이라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제작사를 차려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내가 8년에 걸쳐 개발하고 각본을 쓰고 감독을 찾았던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둘 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에비에이터'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그것이다. 이렇듯 제가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서 할 수 있게 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타이타닉' 덕분이다.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최근 출연작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된 주제가 있는 것 같다. 다 부(富)를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그 중심에는 돈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미국의 귀족으로 본인을 탈바꿈 시키는 인물이다.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는 건방진 루이 14세 같은 인물을 연기해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역을 연기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역시도 돈을 찾아나선다. 미국에서 성공한, 상징적 지위에 있는 인물이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세 편의 영화는 각기 다른 시기의 미국을 다루고 있다. 다 찍고나서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내 잠재의식이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전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를 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은 없나.
나는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 미국 LA의 한국동네에서 자라서 한국친구들도 많다. 한국이 언제나 궁금했다. 오늘 한국팬 여러분과 만나게 되는 것도 기대가 크다. 어제 공항에 나와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에 한국에 오면 한국에 대해 좀 더 많은 말씀을 드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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