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프랑스에서 온 품격 있는 미녀”
프랑스 메이커의 감성이 담긴 해치백 푸조 208을 처음 본 인상이었다. 2006년 207 출시 이후 6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푸조 2라인의 8세대 모델인 208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아진 차체 사이즈를 비롯해 내장제는 고급화 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 씨가 담당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공간 배치 합리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심장으로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디젤 승용차의 추세에 맞게 1.4 및 1.6 사이즈의 e-HDi 엔진을 적용했다.
푸조 208 1.6 e-HDi 알뤼르(3도어) 모델을 4일에 걸친 시승을 통해 경험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비는 놀라웠고, 제원표 상 92마력에 불과한 엔진의 힘은 충분했다.
▲연비 18.8km/l, 정말일까? 정말이었네!
시승한 푸조208 알뤼르 모델의 공인 연비는 18.8km/l다. 일반적인 공도에서 연비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 제원표 상 92마력에 23.5kg.m의 그저 그런 엔진 사양 또한 “뻥연비겠지”라는 의구심이 강했다.
하지만 푸조의 6단 MCP미션은 이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수동기반의 자동변속기인 MCP미션은 저속의 갭을 제외하고는 최적의 연비를 찾아낸다. 여의도를 출발해 자유로를 거쳐 사진 촬영을 위해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왕복 90km구간의 주행에서 평균 19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보여줬다.
시승을 위해 강변북로에서 자유로 초입까지 70~90km로 정속 주행을 한 결과 25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푸조208은 1165kg(공차중량)이라는 경량화 된 차체와 토크가 좋은 디젤엔진 특성에 MCP를 결합해 기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날 시승에서 기록한 최고 속도는 160km로 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순간가속이 아니었으면,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물론, 낮은 마력으로 인해 120km를 넘어서는 차체를 밀어내는 힘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용구간에서의 주행성능은 충분했고 푸조의 자랑인 MCP 또한 정속 주행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아이덴티티가 된 ‘푸조표’20X 디자인
푸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특히 소형차인 20X시리즈에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려왔다. 이전 차량들이 ‘고양이’를 연상케 했던 전면부의 모습은 208에 와서도 여전하다.
206과 207의 경우 그냥 고양이 였다면 208의 경우 그릴 배치를 새롭게 하고, 크롬을 적용했다. 거기에데이라이트를 적용해 대낮에도 ‘208’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고양이’지만 ‘성이 난’ 고양이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207에 비해 짧아진 길이로 인해 콤팩트한 인상을 준다. 또, 후면부에서는 다소 사나웠던 전면부와 비교해 프랑스에서 온 미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글동글한 루프라인에 테일램프와 머플러 팁은 앙증맞다.
하지만 측면에서는 이전 푸조에서 볼 수 없던 인상을 준다. 도어 측면에 굴곡을 주면서 마치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패턴을 전반적으로 동일시 하지 않으면 산만한 느낌을 주는데, 푸조 208의 경우 이런 느낌은 없다.
▲작아진 차체, 하지만 넓어진 내부.
푸조 208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실내 디자인이다. 한국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서가 아닌 실용성에서다. 이번에 시승한 알뤼르 모델의 경우 3도어라 내부 활용성에서는 5도어 모델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푸조는 절묘한 공간 배치로 이런 약점을 최대한 완화했다. 대표적인게 조수석 글로브 박스 라인을 최대한 앞으로 집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뒷자리 시트포지션을 조절해서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심지어 스티어링 휠까지 일반 차종에서 사용하던 것과 다른 사이즈를 적용했다. 207에 비해서도 직경 6cm가 작아진 스티어링 휠은 마치 게임기용의 그것을 보는 듯 하다.
디자이너 신용욱씨의 각고의 노력 끝에 푸조 208은 차체 사이즈가 작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뒷자석 레그룸을 5cm늘리고, 트렁크를 15L 늘렸다. 디자인의 승리인 것이다.
▲팔방미인인데 까칠하다. MCP에 대한 공부는 필수.
푸조208에 장착된 수동 기반의 전자 제어 트랜스 미션 MCP 변속기는 최고의 연비를 뽑아낸다. 하지만 이 MCP의 특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바로 미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수월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MCP미션이 장착된 차를 처음 운전하는 경우 울컥거림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다. 변속이 이뤄지는 2000rpm 구간에서 마치 수동 차량 운전자가 잘못된 미션을 선택한 것 같은 사단이 벌어지는 것.
이런 MCP에 대해서 푸조는 변속이 이뤄지는 구간에 대해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때기를 권한다. 하지만 208의 경우 부족한 엔진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촘촘하게 이뤄지는 초반 변속으로 인해 더 많은 주의를 요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빈번한 정체가 벌어지는 시내 구간에서는 스탑 & 스타트 시스템과 함께 MCP의 울컥거림이 어우러지면서 운전자를 긴장하게 할 수 있다.
▲실속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20~30대를 위한 자동차.
푸조208은 놀라운 연비로 인한 실속과 디자인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아니, Euro NCAP에서 별 5개를 획득했으니 안전성까지 더했다.
앞선 207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것 처럼 208또한 동일 타깃을 두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가격 또한 1.4 e-HDi를 도입한 모델이 2630만원(VAT포함) 1.6 e-HDi 알뤼르(3도어) 모델이 2890만원, 5도어 펠린모델이 3030만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이 네비게이션이 없다던가 하는 허전함을 보여준다면 푸조 208의 경우 아틀란맵을 장착한 한국형 7인치 네비게이션이 기본 장착이다. 여기에 블루투스까지 적용돼 있다. 실로 옵션을 앞세운 국산 차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푸조 208.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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