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흥행의 척도는 스토리텔링이다.
WBC 1라운드 탈락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프로야구. 박찬호와 류현진의 은퇴 및 메이저리그 진출로 흥행요소가 줄어들 것이란 말이 들린다. 작년엔 박찬호와 김병현의 한국데뷔, 이승엽과 김태균의 한국복귀로 시즌 초반부터 확실한 흥행카드가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와 김병현의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서 빅4 흥행몰이는 시즌 중반 이후엔 큰 효과가 없었다.
올해는 작년만큼의 강력한 흥행카드는 안 보이는 실정이다. 그럴수록 스토리텔링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연이 만들어져야 입소문을 타고 팬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지난해의 경우 KIA 선동열 감독이 친정 삼성을 어떻게 상대하느냐에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지난해 KIA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시즌 중반 이후 선 감독의 삼성전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 김응용과 선동열에게 거는 기대
올 시즌에도 선동열 감독에게 관심이 간다. 지도자로 7년간 몸담았던 친정팀 삼성전도 기대되지만, 그보단 스승 김응용 감독이 버티는 한화와의 맞대결이 더 주목된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올해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맞대결한다. 두 사람의 관계.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해태 시절 사제지간에서 삼성에서 감독과 코치, 사장과 감독에 이어 나란히 삼성에서 나온 뒤 감독 대 감독의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은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고, 삼성의 우승 한을 풀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은 야구인이 또 있을까. 두 사람의 올 시즌 맞대결은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지도자로서 김응용 감독을 감독과 사장으로 모셔왔다. 국내에서 김 감독의 지론을 가장 잘 알고 실제 상당수 체득한 이 역시 선 감독이다. 이를테면 선 감독 특유의 한 박자 빠른 선발투수 교체는 김 감독에게 배운 것이다. 김 감독의 오랜 지론이 “투수는 빨리 바꾸면 빨리 바꿀수록 좋다”다.
두 사람은 이미 맞대결 예행연습을 마쳤다. 지난달 24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맞대결을 치른 것. 당시 김 감독이 직접 차를 몰고 KIA가 머물던 오키나와 킨 구장을 찾았고, 선 감독은 야구장 입구까지 버선발로 달려나가서 김 감독의 손을 맞잡아 화제가 됐다. 이후 두 감독은 10분여간 감독실에서 담소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 정은 정, 승부는 승부, 봐주면 프로 아니다
감독과 선수, 감독과 코치, 사장과 감독. 두 사람의 이제까지의 관계 키워드는 협력이었다. 이제부턴 다르다.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난 이상 키워드는 경쟁이다. 야구 팬들은 두 사람의 관계 정립에 변화가 예고되면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치열한 맞대결을 치렀다. 두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세게 붙는다. KIA와 한화는 9일과 10일 광주에서 시범경기 2연전을 갖는다.
국내 최고령 사령탑 김 감독의 또 다른 지론. “프로에선 선, 후배, 스승과 제자는 없다”다. 프로는 오직 계급장을 떼고 힘 대 힘으로 맞붙어 실력을 가리는 장이라는 생각이다. 김 감독으로선 기왕이면 제자를 넘어서야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 선 감독도 마찬가지. 스승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상위권 성적 유지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전력상으론 선 감독의 KIA가 김 감독의 한화에 앞선다.
한화와 KIA. 선 감독과 김 감독이 올 시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까. 흥행요소가 지난해보다 적은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시범경기 개막 2연전서 충돌할 두 팀은 4월 2일부터 4일까지 대전에서 정규시즌 첫 3연전을 갖는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홈 데뷔전이자 한화의 홈 개막 3연전이라 흥행 빅카드가 될 전망이다.
[김응용 감독(위), 선동열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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