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문경은 감독은 스타 중의 스타다.
스타 지도자가 스타군단의 체질개선에 나선다?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3점슈터로 이름을 드높인 문경은은 화려한 농구를 했다. 지도자로 변신해선 180도 달라졌다. 2009-2010시즌을 끝으로 SK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그는 곧바로 전력분석원과 2군 코치로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본인도 많이 배웠다.
▲ 문경은, SK 감독 그냥 된 거 아니다
SK는 성실하게 지도자생활을 했던 문경은이 마음에 쏙 들었다. 2010-2011시즌을 끝으로 신선우 감독이 퇴진하자 문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일단 한 시즌 기회를 주고 추후 정식 감독 취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잔뼈 굵은 지도자가 숱하게 다녀간 SK는 감독의 무덤이었다. 단지 이미지가 신선하다고 해서 감독을 맡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문 대행은 2011-2012시즌 SK를 9위로 이끌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다 외국인선수 알렉산더 존슨의 부상으로 고꾸라졌다.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SK가 또 다시 새로운 스타 감독을 영입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시즌 후 SK의 선택은 문경은 감독이었다. 시즌 직후 대행 꼬리표를 떼어줬다. 성적을 떠나서 선수들을 끌고가는 자세, 철저한 원칙, 성실함에서 믿음이 갔다.
▲ 감독 문경은, 체질개선에 나서다
문 감독은 대행 시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수단에 메스를 가했다. 김선형을 포인트가드로 돌리고 체력이 떨어진 주희정을 백업으로 돌렸다. 건국대 에이스 최부경을 신인드래프트에서 영입해 혼자 하는 농구에서 5명이 하는 간결한 농구로의 개조 작업을 시작했다. KT에서 FA로 풀린 성실함의 아이콘 박상오를 데려와 SK서 궂은 일을 부탁했다. 스타의식이 있었던 김민수와 김효범에겐 끝없는 대화로 의식을 개조하려고 했다. 만능 외국인선수 에런 헤인즈와 리바운드 왕 크리스 알렉산더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SK는 무서웠다. 문 감독은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확립했다. 김선형-박상오-최부경-김민수-헤인즈 주전 시스템을 확립했다. 김효범의 활용가치가 떨어지자 KCC에 보낸 뒤 득점력이 좋은 코트니 심스를 영입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위기 상황엔 주희정을 적극 중용해 김선형의 부족한 경기운영을 메웠다. 수비가 좋은 변기훈을 활용했고, 심스는 헤인즈의 체력 안배용이 아닌 어엿한 득점 옵션으로 갈고 닦았다.
10연승 이상만 두 차례나 기록했다. 프로농구 최초. 홈 20연승을 달리고 있고, 잔여 경기서 전승할 경우 지난 시즌 동부의 최다 44승 기록도 깬다. 감독 첫해에 무시무시한 기록을 올리는 중이다. 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즌 중반부터 선두 독주체제를 갖췄다.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준비된 지도자 문 감독의 지도력과 수완이 없었다면 5년만의 봄 농구,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모래알 조직력, 끈끈한 조직력으로 싹 바꿔놓았다
문 감독은 SK를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선수들에게 무조건 아침 식사를 함께 하도록 했다. 아침을 먹기 전엔 몸 풀기로 자유투 연습을 100개씩 시켰다. 박빙승부서 자유투의 중요성은 두 말할 게 없다. 현역시절 자유투 적중률이 좋았던 문 감독으로선 1석2조의 효과를 얻기 위한 묘책이었다.
출전 시간이 거의 없는 이현준에게 주장 중책을 맡겼다. 경기에 많이 뛰지 않는 선수라 해서 감독의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기면서 서로 신뢰를 쌓았다. 스스로도 옷과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경기에 나서면서 선수들에게도 기본을 강조했다.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엄한 선생님처럼. 문 감독의 형님리더십에 모래알 조직력의 SK가 하나로 뭉쳤다. 그 결과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이란 값진 열매를 따냈다.
문 감독은 스타 출신 지도자는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스타플레이어가 오히려 감독으로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걸 얼마든지 보여줬다. 문 감독의 우승은 모든 건 사람 하기 나름,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단 걸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아직 문 감독을 명장이라 말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성공시대를 열어 제친 건 분명하다. 문 감독의 정규시즌 우승은 곧 농구대잔치 세대의 프로 지도자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농구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한 일. 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서 또 한번 돌풍에 나선다. 지도자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문 감독이 SK의 1999-2000시즌 후 13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한 풀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문경은 감독. 사진 = 전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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