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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1가드 4포워드.
올 시즌 서울 SK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SK가 9일 전주 KCC를 잡고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SK의 우승엔 올 시즌 SK의 필승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한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문경은 감독의 선수 배치와 선수들의 의식개조, 조직력 구축이 만년 하위권 SK가 단숨에 한국농구 최강팀으로 거듭난 비결이다.
▲ SK 고유의 1가드 4포워드 시스템
SK의 1가드 4포워드는 말 그대로 가드 김선형을 축으로 포워드 에런 헤인즈, 최부경, 김민수, 박상오를 주전으로 내세우는 시스템을 말한다. 변형 라인업이다. 센터도 없고 가드도 부족한 조합이다. 그러나 SK 우승엔 큰 어려움이 없는 조합이다. 포워드들이 가드와 센터의 역할까지 도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형이 포인트가드로 자리잡고 경기를 운영한다. 최부경이 골밑에 위치하고 김민수와 박상오가 양 날개를 맡는다. 헤인즈는 톱과 골밑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이들은 공격에선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인다. 헤인즈는 타고난 개인기로 수비수 1~2사람은 쉽게 제친다. 최부경은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스크린 등에서 힘을 보태고 박상오와 김민수도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득점 기회를 노린다.
헤인즈의 뛰어난 마무리 능력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헤인즈는 이날 전까지 19.3점으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SK 공격이 정체될 때 헤인즈가 개인기로 풀어주곤 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촘촘한 팀 짜임새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라 예년의 1대1에만 의존한 SK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 까다로운 3-2 지역방어
수비에선 꽉 짜인 조직력을 과시한다. 톱과 골밑을 폭넓게 커버하는 헤인즈가 핵심이다. 헤인즈, 김선형이 상대 가드진을 압박한다. 최대한 볼이 센터에게 들어가는 시간을 늦춘다. 이후 헤인즈는 재빨리 골밑 수비에 가담한다. 기동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 그 사이 김민수는 45도 지점에, 박상오는 골밑 양 모서리에 최부경과 함께 서서 수비한다. 기본적으로 박상오, 김민수가 힘과 높이를 갖췄다.
전형적인 3-2 드롭존은 아니라고 한다. 농구관계자는 “SK 수비는 완벽한 드롭존이 아니다. 헤인즈를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골밑 수비에 가담하진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핵심이다. 일반적인 3-2지역방어의 경우 톱 수비수가 골밑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다. 드롭 존은 톱 수비수가 골밑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전술이다.
그래도 SK 3-2 지역방어가 까다로운 건 톱에 박상오, 헤인즈가 번갈아가며 서면서도 강하기 때문이다. 스피드가 좋은 헤인즈가 톱에 설 땐 김선형과 함께 곧바로 공격 전환하는 속도가 빠르다. 수비 성공 후 속공을 노리기에 좋다. 박상오는 힘이 좋다. 헤인즈의 체력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 누가 어디에 서도 매끈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근엔 김선형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다. 문 감독은 주희정을 중용해 김선형의 경기운영능력을 보완하는 전술도 사용 중이다.
다만, 공격 측이 볼을 빠르게 사이드로 돌려 사이드에서 외곽슛을 던지는 전술을 활용할 경우 3-2 지역방어는 무너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3-2 지역방어, 드롭존 모두 사이드로 볼을 빨리 돌리면 수비가 무너진다”라고 했다. 시즌 막판 오리온스, 모비스 등은 SK 지역방어를 몇 차례 깼다. 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했다. 가운데에서 빠르게 사이드로 공을 연결해주는, 패싱센스가 있는 빅맨이 드물다. 확실한 포인트가드도 드문 프로농구다.
SK는 이날 전까지 76.7 득점으로 리그 1위, 69.0실점으로 리그 2위다. 완벽에 가까운 공수밸런스다. SK가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할 수 있었던 건 꽉 짜인 1가드 4포워드, 문경은과 아이들 덕분이다.
[헤인즈(위), SK 선수들(아래). 사진 = 전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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