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뛴다.
뛰는 야구가 돌아왔다. 9개 구단이 모두 ‘발야구’를 들고 나왔다. 시범경기를 살펴보자. 17경기서 41개의 도루가 나왔다. 경기당 2.41개다. 지난해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도루가 1.92개였으니 늘어난 수치다. 놀랍지 않다. 발야구는 지난 몇 년간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을 살 찌웠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올해 발야구는 예전과는 다를 조짐이 보인다. 과거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 창출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돌아보자 2008년~2010년
한국야구에 본격적으로 발야구 바람이 불어닥친 건 2008년이었다. 당시 두산이 무려 189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2007년에도 161도루를 성공한 두산은 리그 전체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삼성이 2005년과 2006년 통합 2연패를 달성하고 2007년 SK가 창단 후 첫 우승을 할 때만 해도 리그에 투고타저 바람이 확고했다. 그러나 두산이 발야구를 주도하면서 2009년 리그 도루는 1056개, 2010년엔 1113개까지 치솟았다. 이 기록은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다 수치였다.
2003년 이승엽의 일본 진출 후 확실한 거포 갈증에 시달렸던 한국야구다. 당시엔 부족한 장타력을 메우기 위해 각 팀 테이블세터를 위주로 도루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뿐만 아니라 안타 혹은 희생타에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공격적인 주루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도루하다 아웃 돼 감독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겁 없이 뛰는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2009년과 2010년 두산과 롯데가 우승갈증을 풀기 위해 장타력을 의도적으로 강화했다. 기동력에 강력한 한 방과 결정타가 가미됐다. 특히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적극적인 스윙을 강조했고, 실제 2010년 롯데는 팀 타율 0.288에 팀 홈런 188개를 기록하며 리그 트렌드 자체를 타고투저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이 시기엔 장타력과 기동력이 공존하는 공격야구가 득세했다.
▲ 투고타저의 시대, 발야구가 위축됐다
2011년과 2012년 삼성이 다시 흐름을 바꿨다. 강력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통합 2연패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도루가 감소했다. 공격야구를 부르짖었던 팀들은 마운드 보강 없이는 우승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면서 투수력 강화에 집중했다. 2011년 리그 도루는 933개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 983개로 소폭 상승했으나 2009년~2010년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지난 2년간 국내 배터리들의 주자 견제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 야구인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뛰는 대부분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에 신경을 쓴다. 포수도 송구 동작을 간결하게 바꾸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주자를 최대한 1루에 묶기 위해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투구 동작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는 의미. 포수도 단순히 어깨의 강력함으로 평가하는 시대에서 송구 동작의 간소화를 강조하는 시대로 넘어갔다는 의미였다.
그 결과 지난해 리그 타율은 0.258, 리그 평균자책점은 3.82였다. 타율은 2006년 이후 가장 낮았고, 평균자책점은 2007년 이후 5년만에 3점대로 떨어졌다. 도루가 줄어들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으나 일정 부분 영향은 미쳤다. 확실히 주자들은 투수들의 위력에 도루를 주저했다. 주자들만 투수를 분석하고 상대의 느슨한 수비에 추가 진루를 노리는 게 아니다. 투수들도 주자들을 분석한 결과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그동안 도루를 많이 한 선수들이 각종 부상과 체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도루를 주저했다.
▲ 돌아온 발야구, 예전과 다르다
올해 다시 발야구가 뜨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심상찮다. 예전과는 다른 흐름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의 연이은 부진.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야구 부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과거 답습이 아니다. 대량 득점을 위한 수단에서 투수들을 지능적으로 뒤흔들고 타순에 관계없이 과감한 도루를 시도한다. 상식파괴다. 시범경기서 4번타자들의 도루도 줄을 잇고 있다.
신생구단 NC의 경우 김경문 감독이 공격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루를 장려하고 있다. 한화도 이종범 주루코치의 부임 속 느림보 군단 탈피를 선언했다. 공격력이 약화된 롯데, 불펜진이 약화된 삼성 모두 부족한 전력을 발로 메우려고 한다. 팀 도루가 2009년~2010년 수준으로 급상승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경기력 상승과 팬들을 위한 볼거리 제공이라면 2013년판 발야구는 새로운 트렌드라 부를 만하다. 위축된 주자들이 루상을 헤집고 다니면서 배터리들을 뒤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투수들도 또다시 연구하고 한 단계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감독들이 도루와 발야구를 독려한다. 상대의 분석 속에서도 일단 도루하다 아웃되는 걸 겁내지 않는다. 정규시즌이 되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시범경기 트렌드는 확실히 발야구다. 팬들도 적극적으로 뛰는 주자들에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시범경기서 증가하고 있는 발야구가 예사롭지 않다.
[도루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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