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녀들은 농구여왕이 되길 원한다.
정규시즌 우승팀 춘천 우리은행.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서 포스트시즌 7연패를 노리던 안산 신한은행을 격침한 용인 삼성생명. 올 시즌 여자농구의 반란을 이끄는 두 팀이 최종 관문에서 만난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15일부터 춘천에서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한다.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왜 그녀들은 농구여왕 자리를 욕심낼까.
▲ 우리은행, 통합챔피언 돼야 진정한 여자농구 강자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서 6년 연속 우승했다. 전문가들은 신한은행이 ‘신한 왕조’를 구축했다고 했다. 전력 내실과 시즌운영의 묘가 중요한 긴 호흡의 정규시즌, 임기응변능력과 적을 제압할 확실한 무기가 필요한 단기전의 포스트시즌 모두 적수가 없었다. 멤버가 좋다는 신한은행이었으나 알고 보면 임달식 감독이 일일이 젊은 선수들을 국내 최고 수준의 선수로 키워낸 결과였다. 큰 경기서 자꾸 이기면서 강호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그랬던 신한은행을 올 시즌 우리은행이 쓰러뜨렸다. 신한은행의 느슨해진 목표의식과 우승 후유증이란 빈 틈을 잘 파고들었다. 우리은행은 베테랑 임영희를 축으로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배혜윤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마치 신한왕조 구축 초창기를 보는 듯했다. 여기에 WNBA 초특급스타 티나 톰슨의 가세로 전력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규시즌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우승까지 골인했다.
우리은행은 단순히 올해만 반짝하는 걸 경계한다. 내년엔 올 시즌 실패를 맛본 신한은행, 강호였으나 하나도 풀리는 게 없었던 KDB생명 등이 강력하게 도전해올 게 뻔하다. 우리은행이 장기적으로 농구여왕 집합소란 소리를 들으려면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기전서 각종 어려움을 뚫고 전력이 검증돼야 진정한 강자로 인정받고 선수들도 한 단계 성장한다.
또 하나. 정규시즌서 우승한 뒤 실컷 인정받고도 포스트시즌서 우승하지 못하면 괜히 찝찝하고 평가절하를 받는 게 국내 프로스포츠 현실이다. 우리은행은 정규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승부처에서의 높은 티나 의존도가 약점으로 꼽혔다. 이런 점들은 단기전서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베테랑들로 중무장한 삼성생명의 벽을 결국엔 선수들 스스로 넘어서야 한다.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 역시 재평가 받는 무대다. 매 순간 흐름을 잡아야 하는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달리 벤치 역량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정규시즌서는 풀코트 프레스와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공격으로 성공했으나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우리은행에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향후 여자농구 신흥강호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달린 매우 중요한 무대다.
▲ 삼성생명 맏언니의 이름으로, 세대교체 숙원 풀어라
삼성생명 맏언니이자 한국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만능 플레이어 박정은. 그녀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특별하다. 이번 무대가 현역 마지막이다. 박정은은 은퇴를 준비 중이다. 후배들은 박정은을 위해 포스트시즌을 뛰고 있다. KB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소화하느라 체력이 소진됐지만,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서 적지 안산에서만 2승을 따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 정도로 맏언니에게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은퇴선물로 주고 싶어 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삼성생명은 지금 아픈 선수가 한 둘이 아니다. 박정은은 플레이오프 1차전서 새끼손가락이 파열됐다. “이 정도는 참고 뛰어야죠”라는 독한 한 마디에 후배들이 농구화 끈을 질끈 묶는다. 이미선과 김계령, 김한별도 사실은 종합병원이다. 그나마 이미선이 몸 상태가 좀 낫지만, 사실 풀타임을 뛸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넘어 챔피언결정 5차전까지도 바라보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09-2010시즌까지 4차례 연속 신한은행에 밀려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우승을 놓쳤다. 지난 2시즌간은 KDB생명, KB, 우리은행에도 밀리며 챔피언결정전조차 오르지 못했었다. 전통의 농구명가 삼성생명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2006년 여름리그 이후 7년만의 포스트시즌 우승을 노린다. 우승 갈증이 심하다.
바꿔 말하면 베테랑들의 부상. 우승 문턱에서 2% 부족했던 지난 몇 년. 아픈 맏언니 박정은의 은퇴무대를 최고로 장식해주고 싶은 후배들의 마음. 이 모든 건 삼성생명의 숙원사업이 세대교체라는 의미다. 삼성생명은 지난 몇 년간 박태은, 이선화, 이유진, 홍보람 등에게 무한 기회를 줬으나 기량발전속도가 더디다는 평가. 이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평범한 수준의 활약을 했다.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됐으니 큰 무대에서 실력발휘를 해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삼성생명 젊은 선수들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기량 성장의 발판이자 기회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등 베테랑들과 플레이오프서 복귀한 김한별. 특급용병 엠버 해리스, 그리고 박태은, 이선화, 이유진, 홍보람, 고아라 등 젊은 피들이 호화라인업을 꾸렸다. 이들이 모두 함께 뛰는 건 공교롭게도 챔피언결정전이 최초다. 일각에선 이들이 유기적 조화만 이룰 경우 우리은행도 꺾을 전력이라고 평가한다. 이호근 감독의 전력 극대화 전략이 궁금하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모두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우리은행-삼성생명 경기 장면(위), 우리은행 선수들(가운데), 삼성생명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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