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패기가 노련미보다 강했다.
15일 춘천호반체육관. 춘천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 1차전을 가졌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백중세였던 경기는 후반 들어 우리은행이 손쉽게 승기를 가져갔다. 우리은행은 경기 막판까지 삼성생명을 몰아치며 1차전을 가져갔다. 우리은행은 1차전 승리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확률 63.6%를 가져갔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22회서 14차례나 1차전 승리팀이 우승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위 감독은 “김은경, 김은혜 등이 5~6년 전에 우승한 거 말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다. 데려올 수 있다면, 이미선 같은 노련미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우승 이후 이날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해왔으나 오랜만에 치르는 챔피언결정전에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반대로 삼성생명은 베테랑의 팀이다. 이미선, 박정은은 우승경험과 국제무대 경험까지 풍부하다. 그만큼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단기전 승부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승승장구 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호근 감독은 “노련미가 있고 분위기를 탔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다”라며 우승 욕심을 드러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은 은근히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의 상승세, 큰 경기 경험, 게다가 우리은행이 정규시즌 막판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까지 감안됐다. 노련미가 패기를 이길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패기가 노련미를 눌렀다.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부터 삼성생명을 인정사정없이 몰아쳤다. 임영희의 정확한 외곽슛과 WNBA 톱스타 티나 톰슨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고, 배혜윤, 양지희 등의 골밑 공격도 조화를 이뤘다. 박혜진과 이승아는 강력한 수비로 이미선과 박태은을 몰아붙였다.
삼성생명은 2쿼터 초반 역전에 성공했으나 베테랑들이 전혀 노련미를 발휘하지 못했다. 11일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3일간 쉬었으나 아무래도 KB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까지 감안하면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 이미선, 박정은, 김계령은 기본적으로 몸이 썩 좋지 않다. 우리은행의 강력한 수비에 체력저하 현상이 더 빨리 찾아왔다. 삼성생명은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력이 확연히 달랐다. 엠버 헤리스는 후반 들어 티나에게 기를 펴지 못했다.
패기의 우리은행은 무서웠다. 후반 승기를 잡은 뒤 여유있게 플레이를 했다. 그녀들에게 경험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규시즌 후 푹 쉬면서 페이스 조절을 매우 잘 한 듯 했다. 경험이 있는 김은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규시즌 때 보여준 그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정규시즌 막판 경기력보다도 좋았다. 야투 적중률과 깔끔한 패턴 플레이가 돋보였고, 강력한 수비로 삼성생명 선수들의 발을 묶어 승부를 갈랐다.
우리은행은 큰 경기서 위축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1차전 승리보다도 더 소중한 수확. 반대로 삼성생명은 후반 들어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김한별은 플레이오프 3차전 출장 여파로 무릎 통증이 도져 결장하는 등 부상자들과 베테랑들의 부진한 경기력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삼성생명의 42점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소 득점 기록이었다. 그것도 2005년 챔피언결정전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47점을 기록한 이후의 최소득점 기록이었다.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을 깔끔하게 열어제쳤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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