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 선수들이 촌스러워요.”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 농구가 촌스럽다고 했다. 전주원 코치도 수긍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이 아직 세련된 농구를 하지 못한다고 본다. “하나를 얘기해주면 그것 하나만 하고 다른 건 잊는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감독이 짜놓은 틀에서 움직이는 데만 급급한 농구를 한다는 의미. 정규시즌 우승에 챔피언결정 1차전마저 잡았음에도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예를 들어보자. 위 감독은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서 이승아에게 이미선을 꽁꽁 묶으라고 지시했다. 5반칙을 당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자 이승아는 실제로 단 20여분만을 뛰고 5반칙으로 물러났다. 위 감독의 미션을 100% 수행했다. 이미선이 주춤한 삼성생명은 42점이란 빈공을 선보였다.
이승아가 조기에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이후 박혜진이 경기운영을 했다.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이승아가 경기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면, 우리은행은 좀 더 매끄러운 경기력을 선보일 수도 있었다. 1차전 20점차 대승. 냉정하게 보면 삼성생명이 자멸한 경기였다. 체력적 난조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62점도 결코 폭발적인 공격력은 아니었다.
▲ 왜 우리은행 농구는 촌스러울까
전 코치는 “해리스를 막는 연습을 시킬 때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잘 못 알아듣는다”라고 했다. 대신 “전체적으로 핵심을 짚어서 설명해준다”라고 했다. 많은 걸 설명하면 오히려 헷갈려 한다는 의미. 다시 말해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 이상을 깨우치는 건 아직 무리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게 바로 아직 세련된 농구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은행 젊은 선수들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박혜진과 이승아는 앞길이 창창한, 아직 발전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20대 초반 젊은 가드들이다. 양지희, 배혜윤 역시 마찬가지다. 올 정규시즌 우승. 젊은 선수들이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그러나 농구의 깊은 맛을 알고 움직인다기보다 패기와 투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위 감독이 여전히 우리은행 전력 자체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와도 연관돼 있다.
“촌스럽다”는 의미엔, 우리은행이 위성우 감독과 박성배, 전주원 코치의 맞춤형 지도력에 상당수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순항에 코칭스태프의 공이 엄청나다는 뜻과도 같다. 전 코치는 “촌스러움을 벗어나려면 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성적과는 별개로 젊은 선수들이 농구의 깊은 맛을 알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 촌스러운 농구의 강력함
한 가지 간과하고 있다. 올 시즌 나머지 5개 구단이 우리은행의 촌스러운 농구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촌스러움이란 의미의 부정적 뉘앙스가 사실은 우리은행의 강력함을 설명하는 요체다. 농구인들은 대체로 “여자선수들이 남자선수들보다 가르치기가 더 힘들다”라고 입을 모은다. 여자 선수들이 기본적인 운동능력은 물론이고 기술 습득 속도, 전술 이해도가 남자 선수들이 비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위 감독은 하나를 알려주면 그것에만 집중하다 다른 걸 놓친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 선수 중에선 감독이 하나를 알려줘도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 선수도 의외로 많다. 특히 이런 현상은 프로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에게서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 많은 감독이 다녀갔지만, 지난 4년 연속 최하위를 도맡았던 데는 기량의 틀을 깨지 못한 선수들의 성장 정체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위 감독과 박 코치, 전 코치는 이를 타파했다. 선수들의 이해도를 끌어올렸다는 자체가 지도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감독이 설명하는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우리은행은 만년 최하위에서 여자농구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둘, 셋을 모른다고 질책하기보다 하나를 확실히 알고 이기는 농구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체가 더 고무적이다. 올 시즌 다른 팀들은 우리은행의 하나만 알고 하는 농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위 감독은 지난 20일간 고등학교 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15일에 맞췄다. 철저하게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했다. 우리은행은 지금도 성장 중이다. 코칭스태프의 맞춤형 지도에 따라 하나에서 둘. 셋을 아는 농구로 진화하려고 한다.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반드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우리은행 선수들(위), 위성우 감독(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