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은퇴식이고 뭐고 오늘까진 선수다.”
서장훈은 KT가 자신에게 성대한 은퇴식을 치러주길 바라지 않았다. 조용히 떠나고 싶어 했다. 냉정하게 보자. LG 시절부터 그는 확실히 하향세였다. 올 시즌 KT에서도 이날 전까지 41경기서 평균 10점 3.5리바운드에 그쳤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이젠 더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다는 서장훈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프로페셔널 그 자체를 보여줬다. 그건 바로 서장훈이었다.
서장훈은 경기 전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식이고 뭐고 오늘 경기에 집중을 하나도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프로가 향후 계획을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프로는 오늘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은 다음 일이다”라는 지론이다. 그는 한국농구 역사를 빛낼 불멸의 기록들을 남기고 떠났으나 “내 기대에 못 미쳤다. 너무 부족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지 못했다”라고 했다. 자신에게 한 없는 엄격함. 국보센터 서장훈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서장훈은 마지막까지 서장훈다웠다. KT 전창진 감독은 그를 선발 출전시켰다. 서장훈은 평소처럼 최선을 다해 코트에서 뛰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예전처럼 활발한 운동량을 자랑하진 못한다. 그러나 정확한 슈팅과 몸을 사리지 않는 리바운드는 여전했다. 1쿼터 시작 33초만에 깔끔하게 중거리슛을 꽂으며 통산 13200득점을 기록한 그는 1쿼터에만 10분 풀타임을 뛰면서 16점을 올렸다.
이후에도 서장훈은 서장훈다웠다.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수비에 임했고, 골밑에서 치열하게 후배들, 외국인선수들과 자리 싸움을 펼쳤다. 전창진 감독도 그의 진심을 알았다. 좀처럼 코트에서 빼질 않았다. 이날 서장훈은 무려 32분간 뛰며 33점을 올렸다. 16일 서울 SK전서 26점을 올린 걸 넘어선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이었다.
서장훈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코트에서 모든 열정을 쏟은 뒤 장렬하게 퇴장했다. 사직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은 국보 센터의 마지막 가는 길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경기 후 거친 숨을 몰아 쉰 그에게 전창진 감독은 따뜻한 격려를 보냈고, 서장훈 역시 팬들에게 크게 인사한 뒤 공식 은퇴식에 임했다. KT 선수들도 선배에게 감사의 박수와 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서장훈이 떠났다. 서장훈은 마지막까지 서장훈다웠다. 프로페셔널의 표본이었다.
[서장훈.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