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이 전부 순위제로 운영된다.
순위제를 취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은 KBS 2TV ‘뮤직뱅크’ (뮤뱅)뿐이었으나 지난 17일부터 SBS ‘인기가요’(인가)도 8개월여만에 차트 시스템을 도입했고, MBC ‘쇼! 음악중심’(음중) 역시 내달 6일부터 약 7년 만에 순위제 부활을 앞두고 있다.
전격 순위제 부활에 대한 기대반 우려반 속에 ‘인가’가 시험대에 올랐다. 먼저 17일 방송에서 제작진은 MC(아이유 광희 이현우)들의 하얀 도화지 같은 순백 의상으로 차트의 투명하고 신선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리고 달라진 차트 순위 선정 방식에 대한 자신감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또 쇼케이스식 무대를 구성, 아이돌 일색이 아닌 그간 방송을 통해서는 보기 힘들었던 실력파 뮤지션들을 소개하겠다는 명명하에 이날 인디밴드 페퍼톤스를 올렸고, 케이블채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허각이 처음으로 무대에 서며 변화의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방송 직후 ‘인가’ 순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인가'에서 신설된 차트는 음원 및 음반 판매를 합산한 점수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 통합 점수 그리고 SBS 모바일앱을 통한 시청자 투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산출, 차트에 반영했다. 특히 정식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가온차트와 협력해 음원·음반 점수 항목의 경우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등 디지털 음원 판매량에 음반 판매량을 더했다.
이에 따라 음원점수 50%, SNS점수 30%, 시청자 사전 투표점수 20%로 진행된 사전집계를 통해 3명의 후보군이 선출됐고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접수 받은 실시간 문자 투표 결과를 합산 해 최종 1위를 선정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하이, 씨스타, 샤이니가 후보에 올랐고 샤이니가 생방송 문자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며 순위제 부활 후 첫 번째 1위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1위 도출 과정은 결국은 어떤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집계를 진행하고 후보군을 선정하더라도 실시간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했다.
이같은 한계점에도 유료로 진행되는 문자 투표를 굳이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수익적인 부분은 접어두고라도 생방송 중 시청자 참여를 높이고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 및 관심도를 높인다는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 가요 프로가 아니더라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 등 순위 및 경쟁이 따르는 프로들은 대부분 실시간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적극적인 투표를 독려한다. 참여율이 높을수록 시청률 면에서도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매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1위로 올리기 위한 각 팬덤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진다. 각종 팬 카페를 중심으로 순위를 올리기 위한 독려 및 방법 등을 게시한 글들은 이미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SNS 및 모바일앱 사용자들이 많은 , ‘인가’와 같은 가요 프로 시청자가 많은, 소위 어리고 탄탄한 팬덤이 구축된 가수가 유리한 고지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란 정의다.
현재 ‘인가’와 ‘뮤뱅’, ‘음중’은 각기 순위 산정 방식이 다르다. ‘뮤뱅’의 ‘K-차트’는 디지털 차트 점수(디지털 음원+모바일) 65%, 방송횟수점수 20%, 시청자 선호도 점수 10%, 음반 차트 점수 5%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뮤뱅’는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1위로 산정하는 과정에서 처음 한 달 여간 1위를 못하다가 이후 10주 넘게 1위를 하는 등 현 트렌드에 맞지 않는 산출 방식으로 한계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음중’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동영상 조회수, 음원 및 음반 판매 점수, 방송출연 점수를 합산해 1위 후보를 정하고 ‘인가’와 마찬가지로 1위는 생방송 문자 투표로 결정된다.
차트가 납득할만한 공신력을 가지려면 납득할만한 가수가 1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0대 위주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연령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로 탈바꿈돼야 한다. 그렇다면 문자투표에 대한 신뢰도는 덜 추락할 수 있다.
아니면 문자투표의 비중은 생방송의 긴장감을 유발할 정도로만 최대한 낮추고 리서치 조사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많은 공신력 있는 리서치 기관들이 있고 리서치를 통해 지역별, 연령별 등으로 기준을 세분화 해서 최대한 실제 대중이 좋아하는 가수를 가려내보는 것이다.
지금껏 순위 선정 방식은 의지가 있는 시청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내지는 가수를 지지해야만 반영이 되는 형태였다면, 사실은 반대로 방송사가 먼저 시청자에게 물어야 하는 게 맞다. 인력 및 수고 면에서 또 비용 부담 면에서 한계가 있더라도 표준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다른 공정한 대안들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간 순위제를 도입하면서 여러 폐해를 봤다. 순위에 불복해 대형 기획사 간의 권력 싸움이 되기도 했고 사재기 및 기형적인 방법으로 순위를 올리기 위한 방법들이 동원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소한 어린 팬들의 순수한 팬심을 이용해 투표 경쟁을 조장하는 횡포는 적어도 없어야 되지 않을까? 다시 폐지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한 각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 및 방송사의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지난 17일부터 순위제가 부활한 SBS '인기가요'. 사진 = SBS '인기가요' 방송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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