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작다고 무시해서 미안해”
독일 브랜드 BMW의 C세그먼트 해치백 120D 스포츠를 타본 소감이다. 처음 120D를 받았을 때는 “뭐 이런 X도 BMW야?”라는 생각을 했다.
BMW가 어떤가? 독일에서 건너온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가? 한때 부의 상징이던 BMW는 Bus, Metro, Walking라는 신조어에도 쓰일 정도다. BMW 마니아들은 ‘B당’이라 부르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120D는 B당의 품위와는 거리가 있었다. 기형적으로 긴 후드는 BMW의 그것이지만 요즘 BMW가 미는 ‘앞트임’을 하다 말았고, 해치백인 뒷모습은 그냥 ‘평범함’ 그 자체다. BMW가 주장하는 ‘Sheer Driving Pleasure’를 즐길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었다.
좌석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트포지션이 여느 B당의 그것과 비슷한 낮고 다리를 쭉 펴야 한다. 즉 스포츠카를 모는 생각으로 ‘정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몰 수 있으면 몰아봐”라고 외치는 다른 B당의 그것처럼 만만한 생각으로 차에 오르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했다.전자식 기어변속기를 D에 놓고 엑셀에 힘을 가한다. 곧바로 뒷바퀴에서 엄청난 힘이 올라온다. 즉각적인 엔진 응답성은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아니라면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엔진 사운드 또한 BMW M3 같은 차량들의 ‘왁왁’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매력이 넘친다.
120D는 작은 덩치에 맞지 않게 뒷바퀴 굴림 방식에 8단 미션을 적용했다. 촘촘한 기어 변속은 이 작은 차를 쉴새 없이 밀어 붙인다. 더도 덜도 아니고 운전자가 의도하는데로 따라 오는 조향감은 엄청난 가속능력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Sheer Driving Pleasure!’를 외치게 한다.
연비 또한 만족스럽다. 공인 연비는 18.7km/l로 막히는 서울 도심 도로, 20km구간 및 외곽도로 20km를 달렸을 때 15~17km/l대를 유지했다. 잘 달리는데다 기름까지 적게 먹으니 더 할말이 있을까?
여느 브랜드들이 소형차 급인 C세그먼트급을 출시할 때는 앞바퀴 굴림 방식을 택한다.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나 C세그먼트의 대명사인 폭스바겐 골프 또한 앞바퀴 굴림이다. 앞바퀴 굴림 차는 뒷바퀴 굴림차에 비해 복잡한 구동계가 적고, 차량 공간을 늘릴 수 있다. 태생적으로 차체가 작은 소형차에는 적합한 구동방식이다.
하지만 BMW는 자사의 소형차인 120D에도 뒷바퀴 굴림 방식을 택하는 ‘도전’을 꾀했다. 이는 BMW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반영임과 동시에 BMW다움을 유지하겠다는 우직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BMW의 고집으로 120D는 동급차종 중 가장 달리기 편한 차로 탄생했다.하지만 이런 고집으로 인해 실내 공간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좁은 뒷좌석과 트렁크는 120D를 타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한국에 들어오면서 네비게이션 등을 변경한 것은 좋지만 다른 수입 메이커들이 국내 맵을 적용해서 현지화를 한 것과 비교해서 그야말로 ‘한국지도’에 ‘한글’을 도입한 수준이다. 과속카메라도 잘 잡아내는 국산 맵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BMW의 자체 네비게이션은 ‘못난 놈’ 이다. 수입사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BMW 120D는 B당의 막내다. 그런데 이 막내는 귀엽고 착하고 여린 막내가 아니라 작은 몸집 안에 무자비한 힘을 가진 근육질 막내였다.
[BMW 120D.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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