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대로 전자랜드가 4강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서울 삼성 김동광 감독은 “이렇게 지면 뭐라 얘기할 게 없다”고 했다. 완패 인정이다. 인천 전자랜드가 4강 플레이오프 티켓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내달 2일부터 정규시즌 2위 울산 모비스와 5전 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전자랜드에 6강 플레이오프는 워밍업이었다. 그만큼 삼성과의 전력 격차가 뚜렷했다. 유도훈 감독은 승패를 떠나서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봤다. 삼성을 꺾었다는 표면적 성과 외에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대비도 이뤄졌다.
▲ 전자랜드 인해전술, 버릴 선수가 없다
전자랜드는 1~3차전서 엔트리 12인을 고루 활용하는 인해전술을 사용했다. 문태종, 리카르도 포웰, 강혁, 이현호 등 베테랑이 많은 팀 사정상 필연적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3위가 사실상 확정되자 부담없이 인해전술을 실험했고,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까지 생각한 전술이었다. 어차피 문태종, 포웰을 1~3차전서 40분 내내 뛰게 했다면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는 체력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해전술 성공으로 전자랜드는 3차전서 시리즈를 조기에 마감하며 5일의 휴식일을 벌었다. 엄청난 수확이다.
경기력도 좋았다. 누가 투입되더라도 고른 경기력을 뽐냈다. 전자랜드는 포웰과 문태종을 내보냈을 때 골밑 위력이 떨어지고 스피드가 느려지는 약점이 있다. 정통 빅맨 자원으로 주태수를 내보내지만 상대 외국인 센터를 완벽하게 막긴 쉽지 않다. 유도훈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서 두 사람을 내보냈을 때 스피드가 좋은 이현민과 정영삼, 패기 넘치는 김지완이나 높이가 있는 김상규를 내세워 안정감을 꾀했다. 득점 물꼬를 터야 할 땐 2대2 플레이 달인 강혁과 한 방이 있는 차바위와 정병국이 중용됐다.
이번 6강 플레이오프서는 한정원이 쏠쏠한 활약을 했다. 1차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이현호의 몫을 덜어줬다. 이동준을 수비하면서 주태수, 혹은 문태종의 체력을 아껴줬고, 1차전서 7점, 3차전서 6점을 올리는 등 쏠쏠한 득점을 올렸다. 특히 3차전 3쿼터에 연이어 포웰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밑 득점을 올린 건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3차전서 일찍 승부가 갈리면서 포웰과 문태종이 충분히 쉬었다. 문태종은 단 14분만 뛰어도 충분했다.
▲ 전자랜드, 만수(萬數) 앞에 도전장 내밀다
4강 플레이오프서 기다렸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머리 속도 복잡해졌다. 유 감독은 국내에서 상대 팀의 전술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감독이다. 그런 유 감독도 6강 플레이오프서 전자랜드가 보여줬던 인해전술은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전자랜드는 12명을 고루 활용하면서도 경기력에 흔들림이 없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 조직력에도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 모비스로선 그만큼 더 많은 노림수를 갖고 나와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더구나 전자랜드는 매치업에서 모비스에 밀리지 않는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 “SK보다 전자랜드가 더 까다롭다”라면서 문태종을 딱히 수비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문태영을 매치업 상대로 붙일 때 문태종을 제어하지 못하고, 가드라인의 신장이 작아서 1대 1 수비가 어렵다는 판단. 수비력이 좋은 주태수도 함지훈의 활동반경을 좁히면서 모비스 공격을 어렵게 했다. 전자랜드로선 체력이 밀리지 않는다면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모비스가 시즌 막판 함지훈 없이 오히려 포워드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 승승장구했다는 점이다. 전자랜드 유 감독은 모비스의 이런 점을 간파했을 것이고, 또 다른 준비에 나설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자랜드는 주태수, 한정원, 이현호 등 모비스 함지훈,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정상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모비스 역시 시즌 막판 문태영의 플레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점, 김시래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점 등이 전자랜드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다.
모비스와 전자랜드는 정규시즌서 3승 3패로 팽팽했다. 내달 2일부터 열릴 4강 플레이오프서도 지켜볼 요소가 많다. 베테랑이 많은 전자랜드가 5일간 푹 쉬며 원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 모비스가 전자랜드 인해전술을 어떻게 받아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전자랜드가 모비스의 시즌 막판 상승세를 어떻게 보고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바로 그것들이다. 모비스와 전자랜드가 역대 최고 혈투를 준비하고 있다.
[모비스-전자랜드 경기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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