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점점 토종 에이스들의 입지가 줄어든다.
30일 대단원의 문을 여는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정규시즌. 각 팀들은 결코 지고 싶지 않은 개막전서 에이스를 등판시킨다. 삼성 선발 배영수, 롯데 선발 송승준을 제외하곤 6팀이 외국인투수에게 개막전 중책을 맡겼다. 개막전서 외국인투수가 6명이나 선발투수로 나서는 건 2010년에 이어 두번째다. 역대 최다 외국인 투수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인천에서 SK 조조 레이예스와 LG 레다메스 리즈, 광주에서 KIA 헨리 소사와 넥센 브랜든 나이트가 만난다. 두산도 삼성과의 개막전서 더스틴 니퍼트, 한화도 롯데와의 개막전서 대니 바티스타를 내세웠다. 감독의 전략적 배치인 것 같지는 않다. 개막전은 꼭 잡고 싶은 경기. 현 시점에서 각 팀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더불어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 외국인 선발투수는 타자, 마무리보다 효율적인 카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토종 에이스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토종 에이스들이 외국인 투수들보다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농구나 배구만큼은 아니지만, 야구도 외국인선수의 몫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1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라면 어떻게든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똘똘한 외국인 에이스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언젠가부터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타자도, 마무리도 아닌 선발투수에만 집중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두산이 스캇 프록터라는 좋은 외국인 마무리를 배출했고 올 시즌에도 KIA 앤서니 르루가 마무리로 뛰지만, 대세는 선발투수. 경기의 승패,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 등 외국인선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선발투수라는 게 입증됐다.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투수 부문 개인기록 상위권을 장악한지 오래다.
타자는 매 경기 출전하지만, 그만큼 노출이 자주되면서 분석이 된다. 매 경기 활약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마무리는 이기는 경기에만 나오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선발보다 활용도가 떨어진다. 투자 비용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외국인선수=에이스 선발’ 시스템이 자리잡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 좁아진 토종 에이스 입지, 분발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각 구단에 류현진 같은 토종 에이스가 1명씩 있다면 외국인 선발투수에게 이렇게 목을 멜 이유가 있을까. 토종 풀타임 선발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 선발진에 들어오는 것과 에이스급으로의 성장은 다른 얘기다. 운과 실력이 모두 필요하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으로 이어졌던 좌완 트로이카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김광현의 부상,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으로 옛날 얘기가 됐다. 토종 우완 에이스 1인자 윤석민은 올 시즌 후 해외 진출이 유력하다.
문제는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또 다른 강력한 토종 선발이 안 보이는 현실이다. 매년 선발진에 토종 뉴 페이스들이 자리는 잡고 있지만, 확실하게 15승을 보장하는 에이스로 커주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과 윤석민이 데뷔 후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자격, 혹은 FA 자격 획득을 눈 앞에 둘 정도로 시간이 흘렀으나 두 사람의 뒤를 이을 강력한 토종 좌, 우완 에이스는 없다.
장원삼, 윤성환, 김선우, 송승준 등 각 팀에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에이스급으로 활약 중인 투수는 더러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외국인 에이스들을 압도할 정도의 아우라를 풍기지 못하는데다 대부분 30대를 넘어섰다. 젊은 토종 투수들은 꾸준함마저 떨어진다. 외국인 투수를 에이스로 중용하는 건 우승을 위한 구단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젊은 토종 선발투수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 성장, 프로야구 볼거리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토종 에이스의 출현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발투수가 6명이나 프로야구 개막전에 얼굴을 비치는 것. 마냥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냥 넘길 게 아니다. 구단들과 모든 토종 선발투수는 그 숨은 의미와 현실을 되짚어봐야 한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나이트(위), 니퍼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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