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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롯데 김시진 감독이 개막전 엔트리에 선발 후보인 고원준과 김승회를 굳이 포함 시킨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개막전 엔트리를 결정할 때 일반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투수 중 하위 순번 투수들은 등록하지 않는다. 하루씩 경기를 치르면서 등판 일자에 맞춰 선발 투수들을 차례로 엔트리에 추가하면 그전까지 더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개막전 엔트리에 김승회와 고원준을 포함시켰다. 김승회와 고원준은 이재곤과 함께 롯데의 4, 5선발 후보인 투수들이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전인 30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선발진은 있지만 아직 공개는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롯데의 1~3선발은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 그리고 '토종 에이스' 송승준으로 확정돼 있다. 그렇다면 개막전 엔트리에 속한 김승회와 고원준은 올시즌 불펜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걸까.
답은 'No'였다. 김 감독은 "고원준과 김승회를 개막전 엔트리에 넣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개막 2차전 동안 필요할 때 중간 투수로 넣어 결과에 따라 5명의 최종 선발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선 김승회는 선발진에 진입하기 위한 최종 시험을 치른 셈이다.
결과는 '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승회는 팀이 0-4로 뒤진 4회초 2사 2루 위기에서 선발 송승준에 이어 구원등판했다. 이어진 결과는 8타자 연속 범타 처리. 등판하자마자 연경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아냈다. 5회에는 김태완-김태균-최진행의 상대 중심타선을 단 7구로 삼자범퇴. 6회에도 이여상에게 탈삼진을 곁들여 3타자 모두 아웃 처리했다.
덕분에 롯데는 6회말 한화 계투진의 제구 난조에 편승해 밀어내기로만 대거 3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승회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던 오선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는 이대수에게 좌측 2루타를 내주고 김성배와 교체됐다. 이후 김성배가 김태균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김승회의 기록은 2⅔이닝 무사사구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
지난 겨울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김주찬과 홍성흔을 떠나보냈지만 보상선수로 홍성민과 김승회를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거기에 한화에 신인 투수 송창현을 내주고 장성호를 데려오는 깜짝 트레이드를 더해 춥지 않았던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그 효과는 벌써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두산의 5선발로 활약하며 24경기 6승7패 4.04의 준수한 성적을 남긴 김승회는 시범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2.38의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이어진 개막전 호투를 보면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김승회는 지난 겨울 뜻하지 않게 둥지를 옮기게 됐지만 롯데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김승회.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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