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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월화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은 종영까지 막장 논란을 피할 수 없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만큼은 빛났다.
지난 2일 밤 종영한 '야왕'에는 하류(권상우)가 주다해(수애)에게 향했던 복수의 칼을 거두고 용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주다해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알게 된 의붓오빠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갑자기 나타난 하류는 자신을 희생하며 주다해를 구해줬고 주다해와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극의 중반부터 복수를 꿈꾸던 하류가 갑작스럽게 주다해를 용서하며 극이 맥없이 끝나버린 것이다.
초반 제작진의 의도는 '야왕'을 남성판 '청춘의 덫'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욕망을 좇는 한 여자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은 남자가 그 여자에게 복수한다는 '야왕'의 설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봐왔던 전형적인 공식을 뒤집은 것으로 흥미를 끌만한 소재였다. 주연을 맡은 수애 역시 주다해 역에 대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여자가 살면서 있지 않을까? 연민이 가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야왕' 속 주다해는 안쓰러울 정도로 성공에 집착하는 악녀일 뿐이었다. 의붓 아버지를 죽이고 하류(권상우)를 공범으로 만들고 백도훈(정윤호)을 죽이고 영부인이 되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다해의 모습은 전형적인 악녀였을 뿐 연민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게다가 하류의 복수, 주다해의 사과, 주다해의 승리로 귀결되는 이야기 구조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커녕 답답함만 유발할 뿐이었다.
그런 '야왕'을 버티게하는 힘은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주다해 역을 맡은 수애는 판에 박힌 악녀 주다해에게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표독스러운 그의 연기에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은 방송 후 나오는 광고 속 다정한 수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지적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권상우 역시 착한 남자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 하류를 연기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극 초반 눈물이 마를 날 없었던 하류 캐릭터는 눈물 연기에 능한 배우 권상우를 만나 섬세한 감정선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아냈다.
여기에 백도경 역을 맡은 김성령도 한몫했다. 극 속에서 40대의 나이에도 여배우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 김성령은 차갑고 냉철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재벌가 여성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여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백창학 역의 이덕화, 섬뜩한 반전을 제공한 백지미 역의 차화연 등 든든한 조연들로 인해 극이 풍성해졌다.
결국 '야왕'은 마지막까지 막장 논란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배우들만큼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을 지탱하는 힘을 만들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야왕' 마지막회.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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