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예상 밖이다.
9구단 체제의 개막. 불규칙적인 4일간의 휴식. 외국인 투수들의 돌풍 예고.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에 이어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뚜껑을 여니 예상과는 정 반대다. 3일 현재 12경기서 타자들이 무려 122점을 뽑았다. 경기당 10.2점이 나온 것. 두산(0.333), 한화(0.306) 등 2팀이 팀 타율 3할이 넘고, 팀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상인 팀이 무려 6팀이다. 아직 표본이 적어 이 수치들을 그 팀의 올 시즌 객관적인 전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긴 힘들다. 그러나 시즌 초반 리그 흐름이 타고투저로 흐르고 있는 건 분명하다.
▲ 타고투저 속의 불편한 진실
몇 가지 살펴볼 데이터가 있다. 3일 현재 리그 사사구가 무려 128개다. 경기당 평균 10.7개의 사사구가 쏟아졌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타자들이 선구안을 발휘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인 볼넷보다 볼넷이 나오지 않아야 할 박빙 상황에서 엉뚱하게 나온 볼넷이 더 많았다.
실책도 12경기서 19개다. 개막 2연전 8경기서 10실책이 나오더니 2일 경기서도 무려 9개의 실책이 속출했다. 이러니 투수들의 집중력이 더욱 떨어졌고 볼넷이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경기 시간도 늘어졌다. 겉으로는 타자들의 화끈한 타격이 돋보였으나 실상 질 높은 야구라고 보기 힘든 시즌 초반이다. 이런 타고투저는 결코 반갑지 않다.
▲ 짧았던 스프링캠프, 추운 날씨… 투수들이 움츠러든 이유
확실히 9개 구단 투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KIA 선동열 감독은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날씨가 춥고, 스프링캠프 기간이 짧았다”라고 진단했다. KIA-한화전이 열린 2일 대전구장은 하루 종일 흐린 날씨였다. 비까지 흩뿌려 체감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갔다. 덕아웃에 난로가 2대가 가동될 정도였다. 야구를 하기엔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날씨가 추울 경우 투수들이 움츠러든다. 추운 날씨에서 투수들이 몸에 열을 내기가 어렵고, 땀이 빨리 식어 투구 리듬 유지가 쉽지 않다. 추운 날씨에선 어깨와 팔꿈치에 탈이 날 가능성도 크다. 야수들도 추운 날씨에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 타고투저 양상이 조성된 또 다른 이유다. 선 감독은 “투수들이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진단했다.
예년보다 짧은 스프링캠프도 투수들에게 악재가 됐다. 선 감독은 “결국 투수들이 몸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라고 했다. 올해 스프링캠프는 9개 구단 모두 단장회의에서 합의한대로 1월 20일 이후 출발했다. 1월 초에 출발했던 예년과는 달리 비활동기간을 철저하게 지킨 결과. 9개 구단 체제로 작년보다 정규시즌 개막도 1주일 빨랐다. 이는 결국 스프링캠프 기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확실히 투수들은 타자들에 비해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각 팀 주요 투수들의 컨디션이 여전히 오락가락하다.
▲ 여전히 투고타저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아직 데이터로 시즌 전체를 전망하고 평가하는 건 이르다. 이제 정규시즌 576경기 중 고작 12경기만을 치렀으니 말이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올 시즌 리그 흐름이 투고타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선동열 감독은 “4일 휴식이 투수들에게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4일 쉬고 나오는 팀의 경우 불펜 투수들이 엄청난 힘을 축적하고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타자들은 감각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홀수구단 체제 자체가 투고타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또 하나. 올 시즌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외국인선수가 모두 투수로 채워졌다. 점점 수준 높은 투수들이 국내에 입단하고 있다. 외국인투수들이 제 몫을 하면 흐름은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 감독들은 현재 여전히 투수진 최적화된 조합을 찾고 있는 중이다. 각 팀 투수진 운용이 자리가 잡힌다면 투고타저로 반전될 수 있고, 나아가 야구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창원마산구장.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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