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몰래 뒤에서 만났어.”
2일 대전구장. KIA와 한화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시범경기서도 두 팀은 맞대결을 했다. 스승 김응용 감독과 제자 선동열 감독의 만남도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그래도 이날은 정규시즌 첫 만남.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 내용에 쏠렸다. 으레 3연전 첫 경기서는 양팀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만나 인사를 한 뒤 홈팀 감독실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적이다.
기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김 감독과 선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을 누구도 포착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던 사진기자들의 표정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알고보니 김 감독이 선 감독에게 미리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선 감독 왔다 갔어. 뒤에서 조용히 만나고 갔다. 내가 그렇게 하자고 했지”라고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김 감독은 “정말 그러셨어요?”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럼. 전화 왔길래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언론에 자신이 부각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독간의 일상적인 인사에 사제지간이라며 의미를 부여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걸 부담스러워한 눈치였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제자 감독, 코치들의 인사에 “그냥 내가 나이 많은 선배니까 인사하는 거야”라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여기엔 김 감독 특유의 철학도 묻어있다. “그라운드에선 선, 후배가 필요 없다. 승부는 양보 없다”는 게 지론.
웃으며 말했지만, 김 감독은 요즘 죽을 맛이다. 선동열 감독은 “몰래 뒤에서 인사를 드리고 왔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으시겠나. 건강이 걱정된다”라고 스승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이어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을 하이라이트로 봤다. 내심 한화를 응원했는데 공교롭게도”라며 개막 2연전서 연이어 9회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스승을 안타까워했다.
단 3경기였다. 그럼에도 한화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개막 3연패. 3경기 내내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불펜이 불안하고 수비 실책과 볼넷이 꼭 실점으로 연결된다. 타격은 그럭저럭 좋아 마지막까지 추격을 하긴 하는데 결국 경기는 패배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화가 KIA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 감독은 “타자들은 그럭저럭 쳤어”라며 말 끝을 얼버무렸다. 결국 불펜과 수비가 아쉽다는 의미. 팀 전력 자체가 약해 시즌 운영이 막막한 김 감독이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제자 선 감독과의 대대적인 만남이 크게 보도되는 게 더더욱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사실 김 감독 입장에선 9년만에 현장 컴백한 상황에서 제자 선 감독에게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의 전력상 그게 쉽지 않다.
한화는 2일 첫 맞대결서도 KIA에 완패했다. 사제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내용은 솔직히 맥이 빠졌다. KIA는 당당한 우승후보이고, 한화는 NC와 함께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김 감독으로선 이래저래 제자에게 자존심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이 언제쯤 당당하게 그라운드 정중앙에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베테랑 노 감독의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져야 할 것 같다. 한화의 선전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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