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이닝 기준 3시간 23분.
90년대 말 공전의 히트를 쳤던 영화 ‘타이타닉’의 러닝타임은 195분, 즉 3시간 15분이다. 최근 배우 이병헌이 출연해 관심을 끌고 있는 ‘지.아이.조2’, 순수 국내영화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연애의 온도’의 러닝타임이 110분, 112분이란 걸 감안하면 타이타닉이 얼마나 길게 끄는 영화인지 알 수 있다.
사실 어떤 종류의 컨텐츠든 소비자가 3시간 넘게 집중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하물며 놀이공원에서 실컷 놀아도 2시간 정도 지나면 배가 고프거나 변의를 느껴 잠시 노는 걸 중단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타이타닉은 대작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지루했다’라고 말한 관객이 몇이나 됐을까. 심지어 명절 때 TV에서 방영해주는 걸 다시 보면서 또 한번 감명을 느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 3시간 23분, 길어도 너무 길다
정규시즌 376경기 중 고작 20경기만을 소화했다. 20경기서 나온 데이터가 앞으로 남은 356경기의 그것보다 대표성이 높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경기시간을 따져보면 그냥 넘길 게 아니다. 20경기의 평균 경기시간은 9이닝 기준 3시간 23분이었다. 연장전까지 합칠 경우 3시간 25분이었다. 단순하게 따지면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은 지난 31년 역사상 가장 길다.
물론 경기를 거듭할수록 평균 경기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온이 올라갈수록 투수들이 힘을 낼 것이라 예상한다. 때문에 평균 경기시간은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시간 23분은 너무 길다. 역대 가장 길었던 2009년 평균 3시간 22분보다 더 오래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3시간 44분, KIA도 3시간 33분 동안 야구를 했다. 지난해 3시간 6분에 비하면 올 시즌 초반 1경기 소요시간은 상당히 길다. 2010년과 2011년에도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2분과 3시간 17분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평균 3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엄격한 스피드업 규정을 두면서 최대한 경기시간을 단축하려고 한다. 그들의 오랜 역사를 비춰봤을 때, 소비자들에게 야구가 통상적으로 3시간이 넘어가면 재미있을 확률보다 재미없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2~3시간이 넘어가면 지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인간의 습성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라도 야구가 빨리 끝나야 한다고 본다. 실제 한미일 모두 그린 스포츠 정책을 펴고 있다. 사실 주중 6시 30분 경기가 3시간 30분이 걸린다면 결국 관중은 밤 10시가 넘어서 귀가해야 한다. 다음날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면, 부담스러운 귀가 시간이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된 것도 이런 시간적인 이유를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3시간 23분은 길다. 무조건 줄여야 한다.
▲ 컨텐츠가 알차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길게 한다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위에서 밝혔듯, 타이타닉이 3시간 15분동안 한다고 해서 재미없다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컨텐츠다. 프로야구가 매 경기 알찬 컨텐츠로 중무장한다면 관중들, TV를 통해 집에서 관람하는 시청자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아쉽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야구가 3시간 넘어가면 지루해지고 하품이 나오기 일쑤다. 메이저리그에서 손에 땀을 쥐는 경기도 3시간을 크게 넘어가지 않는다.
국내야구도 스피드업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선수교체, 공수교대는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홈팀 타자들이 자신의 테마송을 끝까지 듣고 타석에 들어서는 행동도 많이 줄었다. 불필요한 타임 요청도 줄었다. 문제는 경기의 본질이다. 3시간 20분이 넘어갈 정도로 질질 끄는 이유가 숨어있다. 5일 현재 20경기서 무려 37개의 실책이 나왔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 본헤드 플레이까지 더하면 질 낮은 플레이가 실책 이상으로 많이 나왔다.
불펜 필승조 투수들도 사실상 분간을 하기가 힘들다. 20경기서 무려 8번의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경기 막판 경기가 뒤집히기 일쑤다.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 이걸 재미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책, 본헤드 플레이가 섞인 것이라면 지루해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지난 20경기만 놓고 보면, 확실히 컨텐츠는 알차지 못했다. 그로 인해 경기 시간이 3시간 23분이 걸렸다면, 보는 사람에겐 흥미가 떨어졌을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경기 시간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든 야구인은 그 속의 콘텐츠 질에 대한 고민을 분명히 해봐야 한다. 야구장에 갈 사람들이 너무 오래 하는 야구에 지루함을 느껴 영화관, 놀이공원으로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야구계로선 끔찍한 일이다.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는 너무 길게한다.
[NC와 롯데의 접전.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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