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세호 기자] 개막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나선 롯데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기 흐름 상의 위기도 있었고, 컨디션 난조를 보인 선수와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는 그때마다 '플랜B'를 가동해 어김없이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 스프링캠프 효과로 야수 기용폭 확대
롯데는 지난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3연전 중 2경기를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인 강민호 없이 치러야 했다. 강민호는 2일 경기에서 주루 중 발생한 왼쪽 대퇴부 근육 경직으로 당분간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포수는 믿음직한 베테랑 용덕한이 있지만 타순 조정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스프링캠프에서 4번 타자 시험을 거쳤던 전준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3일 전준우를 4번에 배치했고, 전준우가 있던 1번 자리 역시 지난 겨울 유력한 톱타자 후보였던 황재균을 올려 어색하지 않은 타선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황재균이 시원찮았다. 밥상을 차려야하는 1번 타자가 5차례 타석에서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고, 득점 기회가 적었던 롯데는 9회까지 NC와 나란히 2점만을 뽑아 연장 10회 끝에 전준우의 결승타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4일 경기에서 김문호에게 리드오프를 맡겼다. 김문호가 전날 1안타 2볼넷으로 3차례 출루해 9회까지 팀의 2득점을 홀로 책임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2 동점 9회말 역전패 위기에서 정확한 홈 송구로 팀을 구한 수비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문호는 2안타 멀티히트로 1타점을 올렸고, 7번 타순에서 편하게 자기 스윙을 하게 된 황재균도 안타와 타점을 하나씩 기록했다. 덕분에 상대 실책의 도움과 함께 5-1 완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전준우, 황재균, 김문호의 공통점은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홍성흔과 김주찬의 공백을 메울 후보였다는 점이다. 각각 타선의 중심인 4번 타자와 공격 첨병 1번 타자의 공백을 메우고, 주전 좌익수로 발돋움하기 위해 겨우내 땀을 흘렸던 그들이기에 비슷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일 경기에서는 체력 안배를 위해 강민호가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장성호가 무려 3년 6개월여 만에 좌익수로 출전했다. 이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장성호가 외야 훈련을 소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좌익수 자리를 놓고 김문호, 박준서, 김대우가, 그리고 유격수에서는 박기혁과 문규현이 경쟁을 벌이면서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좁혀졌고, 박준서는 내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
승부처 대타 작전도 성공적이었다. 3일에는 0-1로 뒤진 7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대타로 나선 김대우가 이전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NC의 선발투수 찰리 쉬렉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김대우에게는 프로 데뷔 후 첫 안타와 타점 동시 기록이었다.
▲ 풍부한 투수 자원으로 위기 관리 능력 향상
올시즌 롯데 투수진은 '마르지 않는 샘'의 모습과 흡사하다. 상대팀이 아무리 흔들어도 언제든지 이를 구원할 수 있는 풍부한 투수 자원을 보여줬다. 특히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데려온 김승회의 전천후 활약이 돋보였다.
3일 경기에서는 2-1로 한 점 앞선 9회말 수비 때 NC 좌타자 조영훈을 맞아 좌원 이명우가 원포인트 투수로 나섰으나 초구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에 롯데 벤치는 곧바로 마무리 정대현을 투입했으나 그마저 후속타자 이호준에게 우측 적시 2루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연장전에 돌입해 10회초 전준우의 결승타로 다시 한 점 리드를 되찾았을 때, 김승회가 등장해 10회말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한화와의 개막 2연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막전은 선발 송승준이 3⅔이닝 만에 4실점하며 0-4로 끌려갔지만 이를 구원한 김승회가 후속 8타자 연속 범타 처리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차례로 등판한 김성배, 최대성, 김사율이 무실점 호투를 이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7회까지 5-2로 앞서던 중 8, 9회 최대성과 정대현이 흔들려 동점을 내줬지만 강영식과 김사율이 추가 실점을 막아내면서 또 다시 끝내기로 2연승을 챙겼다.
▲ 발야구로 장타력 보완
가장 큰 틀의 '플랜B'는 시즌 전체에 걸쳐 지난해보다 장타력이 떨어진 타선의 공격력을 발야구로 보완하는 것이다.
5경기를 치른 현재 롯데의 경기당 팀 도루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8개로 거의 매일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득점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전체의 경기당 평균 팀 도루는 롯데의 절반도 되지 않는 1.3개에 불과하다.
김시진 감독이 말하는 발야구는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로 득점 찬스를 늘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뛰겠다는 생각' 자체가 투수를 관찰하게 만들고 그 효과는 타석에서의 수싸움에도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 타자들은 모두 외국인 선발투수를 상대로 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한화 이브랜드와 NC의 A.C.E.(아담.찰리.에릭) 트리오라는 생소한 투수를 맞아 이닝을 거듭할 수록 점차 상대 투수에 적응하며 출루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의 순간, 이에 대처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성패 여부는 결국 결과론이고, 이제 128경기 중 고작 5경기를 치른 것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롯데가 불과 5경기만으로 지난해와는 완연히 달라진 팀 컬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5연승을 자축하는 롯데 선수단.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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