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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조인성이 돌아왔다. 영화 '쌍화점' 이후 5년, 드라마 '봄날' 이후 8년만이다. 오랜 공백기 끝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완성도 높은 탄탄한 스토리로 명성 높은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자 아름다운 영상미로 대변되는 김규태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였다.
데뷔 이후 장동건, 원빈과 함께 미남배우의 한 축을 담당한 조인성은 '그 겨울'을 통해 진화했다. 군복무, 공백기가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나보다. 조인성은 '그 겨울'을 통해 더 이상 잘생기기만한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시각 장애인 오영(송혜교)를 만나 사랑에 눈 뜨고 삶의 의미를 찾는 오수 역을 연기한 그는 가슴 절절한 멜로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조인성은 '그 겨울'의 흥분과 아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 겨울'이 끝나고 많이 울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오수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쫑파티 다음날 끝났다는 실감이 났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노희경 작가에게 전화해서 많이 울었어요.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니 노 작가가 '연기 좀 대충하지 그랬니. 그러다 명줄 줄어'라고 말하더군요. 그 심정을 한 문장, 한 단어로 표현해주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표현이 가장 솔직한 표현이에요. 혜교도 아마 이런 기분 아닐까요. 아마 5개월 동안 길게 준비했기 때문에 촬영나가고 준비했던 밸런스가 끊겼기 때문이겠죠. 어색함에서 오는 허탈함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난 후 흘린 그의 눈물은 그만큼 배역에 몰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들도 전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진실된 내면연기에 감탄했다. '그 겨울' 방영 내내 조인성의 연기는 시종일관 장안의 화제였다. 조인성이 생각하는 연기력 발전의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달라진게 없어요. 나이 먹은 어드벤티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내적으로, 지적으로 성숙했다고 평가를 내릴 수는 없어요. 다만 젊은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신선함, 청춘의 힘은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그 것과 다르게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어드벤티지는 세월의 흔적에서 오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르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물론 저는 아직도 20대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요.(웃음)"
사실 조인성은 오랜 기간 작품을 하지 않았고, '한물갔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군복무 기간은 둘째 치고, 제대 후에도 조인성의 복귀작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누구보다 작품에 간절했던 조인성은 참고 또 참았다. 스스로 대중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한물갔다'는 말 들었죠. 하지만 '그 겨울'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나요?(웃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상기시킬 만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혹평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2년반 동안 땅 파고 작업한 모습을 짧은 시간에 되돌리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 티를 벗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 맞아떨어지면 그 모습을 좋아해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도 작품을 빨리 하라고 보채지 않았어요. 특히 고현정 선배가 '걱정마라'고 안심시켜줬죠. 좋은 작품을 보는데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그 겨울' 방송이 한창이던 지난 2월 26일, 조인성의 연기 선생님 안혁모는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해 그의 연습량이 군대 가기전과 비교해 월등히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데뷔 10년이 넘은 베테랑 연기자 조인성은 왜 그토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까.
"'그 겨울' 들어가기 전 하루 4시간은 연기 선생님과 만나 연습했어요. 어색해 보이는게 싫었어요. 혼자 연습할 때는 잘 되는 것 같다가도 막상 대본을 읽으면 딱딱했고, 어디서 숨을 쉬어야 되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패닉이 오기 시작했어요. 너무 불안했어요. 십 몇 년간 연기한 제가 끊어 읽지도 못했고, 연기색깔이 어떤지도 몰랐죠. 그때 연기 선생님이 마이클 조던이 은퇴 후 야구를 하다가 농구로 돌아와서 연습량을 늘린 사연을 말해줬어요. 그 얘기를 듣고 열심히 연습했죠."
'그 겨울'을 통해 누구보다 노력한 조인성. 하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만한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인성은 출연배우,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등 혼연일체가 돼 작품을 만든 동료들이 있었기에 빛날 수 있었다. 그 중 상대배우 송혜교의 존재는 유독 소중했다.
"(송혜교에게) 완전 고마워요. 혜교가 그렇게 해줘서 제가 보였고, 혜교 입장에서도 제가 그렇게 해줘서 잘 보였다고 생각하겠죠. 앙상블이 잘 이뤄진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말을 처음 했어요. 혜교는 연기를 참 잘해요. 특히 몸에 스위치가 있는 것 같아요. 켜면 눈물이 나오는 스위치요. 정말 눈물을 잘 흘려요."
조인성은 키가 187cm로 장신의 남자 배우이다. 반면 송혜교의 프로필상 키는 161cm. 그러다보니 드라마 속 두 사람의 러브신 장면에서 구부정한 조인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키가 컸어요. 사실 제가 너무 크면 혜교가 저를 올려다 봐야 하고 그렇게 되면 카메라 앵글에 비춰지는 모습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구부정하게 봤던 거죠. 물론 저희는 마지막에서 처음 아이컨택을 했지만 제가 내려가거나 혜교를 올려서 찍은 적도 있어요."
('그 겨울' 촬영 에피소드와 앞으로의 각오는 인터뷰②에서)
[배우 송혜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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