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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조근 조근하고 차분하게.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김범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박진성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고 보는 마초같은 남자 진성과 차분한 김범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 처음에는 이 사람이 진성을 연기한 사람이 맞나 싶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자신은 상남자 진성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간의 우애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남자다운 면이 있어서 굉장히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김범은 꽤 의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의 소속사 스태프들은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이겨낸 사람들이었다. "저희 소속사 대표님은 제게 '그 겨울'의 오수같은 존재예요. 제 소속사가 저와 대표 형 둘이서 만든 회사였거든요. 둘이 처음 시작할 때는 사무실도 없어서 대표 형이 사는 원룸에서 시작했고 매니저도 없어서 대표 형과 둘이 방송국에 다녔어요. 제가 일을 안 하고 있을 때는 스태프들 월급도 못 줬죠. 그런데 너무나도 고맙게도 이 사람들이 '돈은 나중에 줘' 하면서 도와줬어요. 그 사람들이 지금 제 옷을 골라주고 머리를 해주는 사람들이에요. 너무나 고맙고 소중해서 정말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죠."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김범은 좀 더 자랐고 완벽한 남자가 된 듯 보였다. 여기에는 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 대한 변화도 있었다. 그의 외모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하숙범이나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 시절보다 좀 더 날렵해졌다. 알고 보니 총 13kg 정도를 감량했었다고.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었어요. 특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 할 때 살을 많이 뺐었죠. 그때는 일주일에 7일간 운동을 했어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집에서 밥 먹고 자고 다시 저녁에 일어나서 런닝머신을 뛰거나 줄넘기를 하고 집에 와서 대본을 보고. 먹는 것도 바나나 하나랑 고구마 반개,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셨어요. 물도 안마시고."
왜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했냐고 물었더니 "외형적인 변화를 주고 싶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살을 빼면서 얼굴도 많이 변했어요. 연기적인 것 외에도 외형적인 변화를 많이 주고 싶거든요. 제가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찬 베일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살을 찌웠다 뺐다 반복하기 때문이에요. 많이 차이가 날 때는 30kg까지 차이가 나던데 그게 다 캐릭터를 위한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 부드러운 이미지를 좋아하셨던 팬들은 제가 살을 뺀 것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시기도 하는데 저는 앞으로도 고집을 부려서 외형적인 변화를 가져갈 거예요."
김범은 이를 '고집'이라 표현했지만 이는 고집이기보다는 열정에 가깝게 들렸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는 고집스럽게도 쉽지 않은 역할들을 주로 맡아왔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스타일이었다. "끌리는 작품들을 보면 뭔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많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잘 해낼 자신이 있어서 선택하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제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을 때 끌리는 편이거든요."
그 때문인지 김범은 그 나이대 남자 배우들의 단골 캐릭터인 멜로에는 얼굴을 영 비추지 않았다. 화면에 예쁘게 비춰질 자신이 없단다. "그동안 맡아왔던 캐릭터들은 제가 캐릭터에 어떤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멜로는 어떤 색을 칠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멜로는 우선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예쁘게 비춰질 지도 모르겠고요."
대신 그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황정민 선배님이 '너는 내 운명'과 '달콤한 인생'을 일 년 터울로 찍으셨거든요. '너는 내 운명'에서는 순박하고 깨끗한 캐릭터였는데 '달콤한 인생'에서는 야비하고 악랄한 캐릭터로 변신하셨어요.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겨울'의 진성은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가끔 잘못된 판단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범은 그런 진성의 캐릭터에 참을성과 절제를 더한 좀 더 어른스러운 진성 같았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그들을 지키는 방법에 있어서도 진성보다 한 수 위였다. 의리있는 남자 김범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배우 김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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