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서정원 감독은 지난 일주일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3경기 만에 전북 징크스를 깬지 4일 만에 다시 가시와 레이솔에 2-6 참패를 당했다. 그리고 다시 3일 후 대구를 완파하며 K리그 클래식 1위에 올라섰다. 7일이란 짧은 시간에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 본 독특한 경험을 했다.
시즌 개막을 알린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서정원 축구를 섣불리 정의 내리고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감독이 바뀐 팀이 빠르게 정상궤도에 오르긴 어렵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잘 나가는 명장들도 다르지 않다.
수원은 동계훈련에서 많은 땀은 흘렸다. 그 결과 예상보다 빨리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문제도 생겼다. 정대세, 박현범, 오장은이 초반에 부상으로 결장했고 이어 김두현, 조동건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지금껏 한 번도 최고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물론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긴 어렵다. 이 또한 감독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수원의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의 부재는 서정원 축구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가시와전이 대표적이다. 최전방과 미드필더가 벌어진 수원의 공격은 답답했다.
▲ 전술포인트① - 정대세가 사랑받는 이유
올 시즌 수원은 4-4-2 또는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투톱 조합이다. 서정원 감독은 빅 앤 스몰 투톱을 가동 중이다. 라돈치치(또는 스테보)와 정대세(또는 조동건)을 함께 쓰고 있다. 지난 해 수원은 라돈치치, 스테보 투톱을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은 두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이는 전방 압박 때문이다. 서정원 감독은 “아무래도 라돈치치와 스테보를 같이 쓰게 되면 기동력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방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선 정대세, 조동건을 같이 기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이는 정대세가 서정원 감독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대세는 엄청난 활동량이 장점인 선수다. 전방부터 상대 센터백을 견제하고 미드필더가 볼을 잡을 때도 압박을 가한다. 지난 달 전북 원정이 가장 좋은 예다. 당시 정대세는 전북 센터백과 함께 김정우가 쉽게 볼을 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며 수원 압박 축구의 선봉에 섰다.
▲ 전술포인트② - 수원 공격이 답답하다?
그럼에도 수원의 공격은 시원하지 못하다. 때론 지나치게 지루하거나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가시와전은 수원 공격이 안 풀릴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수원은 최전방과 미드필더 사이가 자주 벌어졌다. 오장은, 박현범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2선 침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좌우 풀백도 문제였다. 몇 차례 오버래핑을 나섰지만 공격보단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인해 서정진, 최재수가 자주 고립됐다.
시즌 초반 수원은 김두현을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하며 중앙과 측면에서 동시에 공격을 풀어갔다. 하지만 김두현이 포항전서 십자인대 파열로 쓰러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서정원 감독은 김두현의 공백을 오장은, 박현범 조합으로 메웠다. 그러나 두 선수는 공격적으로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전에서도 오장은과 박현범은 슈팅 숫자가 0개였다.
▲ 전술포인트③ - 김두현 없이 살아가는 법
이런 상황에서도 수원은 리그서 8골을 넣고 있다. 서정진의 활약이 가장 크다. 수원의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고 있는 서정진은 5경기서 3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에 올라섰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상대 측면 수비수의 견제에서 벗어나 빈틈을 노린 결과다. 그리고 대구전에선 정대세가 데뷔골을 넣으며 수원 공격을 살렸다. 특히 세 번째 골 장면에선 날카로운 패스로 스테보의 골을 완벽하게 도왔다. 김두현의 역할까지 대신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하다. 대구전은 수원이 잘 한 것도 있지만, 대구 수비가 스스로 무너진 것도 크다. 공격 쪽에서 좀 더 파괴력을 갖추기 위해선 좌우 풀백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해야 한다. 풀백이 올라가면 측면 윙어들이 안으로 이동하며 최전방과 미드필더 사이에 벌어진 공간을 메울 수 있다. 이때 오장은과 박현범은 좌우 풀백이 전진하며 발생한 뒷공간을 커버하면 된다.
서정원 감독의 수원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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