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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김태희 주연 SBS 월화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가 결국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9일 방송된 ‘장옥정’은 9.1%(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구가의 서’와 KBS 2TV ‘직장의 신’ 사이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2위인 ‘직장의 신’과는 3.1%P차까지 벌어지면서 월화극 시청률 전쟁은 0.1%P차로 갈린 MBC와 KBS간의 접전이 될 양상이 커졌다.
톱스타 김태희에 20대 남자 배우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유아인, 그리고 한류 걸그룹 카라 멤버 한승연이 합류해 캐스팅 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오던 ‘장옥정’이 이렇게 아픈 성적표를 받아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극에 대한 몰입도가 경쟁작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초반 갈등을 유발한다는 요즘 드라마의 추세를 따라 옥정(김태희)의 아픈 과거로 극적 효과를 보려고 했지만, 2화에서는 그 긴장을 이어가지 못했다.
또, 장희빈이 패션 디자이너였다는 설정을 위해서 조선시대에 패션쇼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그냥 ‘볼거리’로만 남았을 뿐 극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요즘 드라마가 1분을 쪼개가면서 갈등을 유발하고 극적 전개를 이루는 것과 비교해 다소 시대 역행적인 편집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작품이 꾸준히 스토리의 토대를 쌓아가는 사이에 장옥정은 두서 없는 전개를 보이면서 요즘 드라마 성공의 포인트인 ‘긴장감’의 끈을 놔버렸다.
‘착한’ 장희빈이라는 설정 또한 무리수였다. ‘악녀’ 장희빈을 수십년간 봐왔던 시청자들에게 ‘장옥정’의 설정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차라리 가상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경쟁작과 비교해 가장 떨어졌다. ‘직장의 신’이야 연기력 면에서 호평을 받는 김혜수에 오지호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들이 가득했고, 이연희를 깜짝 출연시킨 ‘구가의 서’ 또한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장옥정’의 김태희는 이전작과 비교해 별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남자 배우가 받쳐주는 멜로물이야 서로간의 호흡으로 보완이 가능하지만, 착한 장희빈이라는 카드를 내세운 ‘장옥정’에서 김태희는 시청자들에게 “장희빈이 저랬을 수도 있겠다”고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시점의 김태희는 '그저 착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태희'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라 카라 한승연 또한 첫 사극 연기 도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전반적으로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1,2회만 봐서는 극을 끌고 나갈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물론, ‘장옥정’은 이제 막 시작한 작품이다. 아직 모든 카드를 내보여주지도 않았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빠른 전개와 연속적인 갈등에 익숙해져 있다. VOD 등을 통해 하루 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요즘 세태에 “보던 드라마니까”하는 이전의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SBS는 지난해 방송된 ‘추적자’를 통해서 의외의 한방을 날린 바 있다. 독특한 장르와 충실한 대본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 된다면 스타가 없어도 작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기본을 입증했다.
톱스타도, 돈이 드는 화려한 작품설정도 배제했던 ‘추적자’는 살을 쏙 뺀 근육질의 복서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장옥정’은 이것저것 보여주기에 급급한 권투의 기본을 잊은 살 찐 복서의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 방송된 ‘장옥정’.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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