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닮은 듯 하지만 다르다.
72세 국내 최고령 사령탑 김응용 감독의 속이 타 들어간다. 김 감독의 한화는 11일 대구 삼성전서도 패하며 개막 후 10연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감독 경력만 42년.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 빛나는 훈장을 갖고 있는 김 감독에게 10연패는 개인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다. 2004년 삼성 사령탑 시절 10연패를 맛본 뒤 9년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2004시즌을 끝으로 현장을 떠났다. 9년만의 현장 복귀 벽두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 2004년 10연패 삼성, 치고 올라갈 힘 있었다
2004년 삼성은 전력이 약화된 채 시즌을 맞이했다. 이승엽의 일본 진출과 마해영의 KIA 이적. 타선 공백이 심했다. 2002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03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김 감독은 약해진 전력 속에서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시즌 초반 그럭저럭 잘 나갔으나 5월 5일 대구 현대전서 연장 접전 끝 대역전패한 뒤 18일 대구 KIA전까지 10연패를 맛봤다. 선두권에 있었던 팀 성적은 최하위로 곤두박칠 쳤다.
10연패 직후 사연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김 감독이 대구 모처 음식점에 당시 선동열 수석코치 등 코치들을 불러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은 뒤 안주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몇 잔씩 들이켰다는 후문. 당시 선 수석은 김 감독에게 “보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라고 했고, 김 감독도 속에 있던 미안한 감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 수뇌부와 코칭스태프는 제대로 의기투합했다. 이후 삼성은 19일 경기부터 거짓말같이 6연승을 달렸고 결국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의 기본전력은 강했다. 타선의 힘은 다소 떨어졌으나 새로운 에이스 배영수와 마무리 임창용을 중심으로 마운드의 힘이 강했다. 당시 선 수석은 권오준, 윤성환 등 뉴페이스들을 불펜에서 적극 중용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섰다. 치고 올라갈 힘이 있었다. 화려함은 덜했으나 당시를 기점으로 삼성의 내실은 한결 튼튼해졌다. 김 감독이 시즌 운용을 냉정하게 한 것도 적중했다. 김 감독에게 9년전 10연패는 아찔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2004년 10연패는 2005년, 2006년 통합 2연패의 시금석이 됐다.
▲ 닮은 듯 다른 2013년 10연패, 치고 올라갈 힘 있을까
9년 뒤 2013년 한화의 개막 10연패는 9년 전 삼성과 차원이 다르다. 2013년 한화 역시 2012년에 비해 전력이 약해졌다. 박찬호, 류현진, 양훈 등 마운드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버텼던 지난해에도 기본 전력은 하위권이었다는 점. 12일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7.25다.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없다. 11일 대구 삼성전서는 믿었던 외국인 투펀치 대나 이브랜드마저 무너졌다.
기본 뼈대가 9년 전 삼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니 작금의 개막 10연패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연패 탈출이 시급하지만, 연패를 끊은 뒤에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장담을 하기도 힘들다. 다른 구단들의 승수 타깃이 되면서 더욱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선수단은 삭발 결의를 했고,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뭐라 하지 마라”고 지시한 상황. 팀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 쓰고 있지만, 전력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한화는 이미 구단 개막 최다 연패인 2008년 5연패를 넘어섰다. 2연패만 더 할 경우 2003년 롯데의 개막 최다 12연패 기록과 타이가 된다. 만약 한화가 12일부터 시작될 LG와의 홈 3연전서 모두 패배할 경우 프로야구 역대 개막 최다연패 기록을 새로 쓴다. 아직 여유는 있지만, 8연패를 더 할 경우 1985년 삼미의 시즌 중 최다 18연패 기록과도 동률을 이룬다. 막내구단 NC가 11일 첫 승을 신고한 상황에서 한화는 지금 1승이 급하다.
김 감독에게 대구구장은 친숙한 장소다. 그러나 11일 대구구장은 악몽의 장소였다. 9년전 10연패를 당한 장소도, 9년 뒤 10연패를 또 다시 당한 장소도 대구다. 9년 전보다 9년 뒤 어제 짐을 싸고 나가던 김 감독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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