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일본 전문가들, 화산 분화 전조 보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
최근 한국에서 후지산 분화 조짐 관련 기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후지산 분화 전조로 추정되는 현상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재해 관련 보도가 자극적인 소재라는 점과 더불어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비상한 관심도 한국에서 후지산 전조 관련 기사가 양산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보도에서 언급되는 전조 현상은 크게 두 가지였다. 후지산 근처 호수 '가와구치 호'의 급속한 수위 저하와 후지산 부근에 위치한 하코네산에서 미세 지진이 다발한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근거로 일본 민영방송사들이 잇따라 화산 분화 전조가 아닐까하는 보도를 냈고, 한국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전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 후지산 임간도로 다키자와 선 일부 구간의 지면이 내려앉는 현상이 일어나 이 또한 후지산 분화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보도가 한국에서 잇따랐다. (일본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그런데, 제이피뉴스(jpnews.kr)가 확인한 결과, 일본 학계와 기상청에서는, 이들 현상이 특이한 현상이긴 하나 전조 현상과 무관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거의 90% 이상의 화산 전문가들이 이번 후지산 분화 가능성에 대한 보도에 고개를 가로 저었던 것.
지난 1일, 본지는 전조 현상 보도와 관련해 기상청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기상청은 일본 전역의 화산을 GPS 등 각종 첨단 기기를 통해 24시간 감시를 지속하고 있다. 화산 관측 분야에서는 세계 톱이라 할 수 있다.
전화를 걸어, 화산관측 담당인 다카기 야스노부 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종종 일본 방송에서 화산 분화와 관련해 코멘데이터를 맡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일단,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화 가능성이 대지진 이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학회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 기상청 모두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규모 9.0 이상의 대지진 뒤에는 예외 없이 인근지역 화산이 분화했다"며 후지산 분화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분화 전조 관련 보도는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벌써 지난달 8일, 일련의 전조 현상 관련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공식발표문도 냈다고 한다.
그리고 학계 전문가들도 90% 이상이 후지산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특이 현상은 전조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가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기상청과 일본 학계가 꾸준히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학계는 '화산예지연락회'라는 단체를 통해 화산 분화와 관련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있다.
그는 먼저, 가와구치 호의 이상현상과 후지산은 관련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가와구치 호에서는 최근 수위가 급속히 내려가, 일부 수위가 얕은 곳은 지면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배를 타고 가야 했던, 호수 위 섬처럼 자리잡은 '육각당'이라는 정자까지 이제는 걸어갈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주민들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일본 방송사들이 후지산 분화 전조 현상이 아닐까 하는 추측성 보도를 냈다.
이에 대해 다카기 씨는 "호수의 수위 저하는 마그마 활동에 의한 것이다. 분화구에서 무려 10km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마그마활동에 의한 수위저하라는 전조 현상이 일어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만약 가와구치 호의 수위 저하가 화산활동 때문이고, 이 현상의 연장선상에서 마그마가 분출한다면, 가와구치 호 인근에 새로운 화산이 생기게 될 것이다"이라며 세간의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그의 말인즉, 가와구치 호의 수위 저하는 후지산 화산 활동과 전혀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하코네산에서 50여 일동안 1700회의 미세 지진이 발생한 것도 후지산 분화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후지산에서 20~30km 가량 떨어진 하코네 산에서는 올해 1월1일부터 2월 20일경까지 미세 지진이 무려 1700여 회가 발생했다. 특히 1월 15일~2월 15일까지 약 한달간 1300여 회가 집중발생했다. 일본에서 지진 전문가로 알려진 키무라 마사하키 류큐대 명예교수가 TV에 나와 "후지산과 하코네산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발언하면서, 하코네산의 잇따른 미세 지진이 후지산 분화의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본에서 부상했다.
다카기 씨는 기무라 교수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크게 비판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도 믿는 듯하다"며 기무라 교수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코네산과 후지산이 연계되어있다는 기무라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학계와 기상청은 사실무근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1만 년간 단 한번도 후지산과 하코네산이 동시에 분화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으로, 하코네산의 미세 지진들은 모두 마그마성 지진이 아닌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마그마성 지진, 즉 마그마에 의한 지진이 아니었다는 것. 더구나 화산전조를 예측하는 다른 지표에서도 정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기상청이 주민 혼란을 우려해 전조 현상을 일부러 알리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부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 같은 질문을 자주 들었던 듯,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화산 분화가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부서다. 나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화산이 분화해야 우리 조직의 존속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분화 조짐을 찾는다."
"더구나 기상청은 예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신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기술력으로는 빨라도 분화 십며칠 전에야 전조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전조 현상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분화까지 카운트 다운이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전조 현상을 발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실제로, 사쿠라지마 화산과 신모에타케 화산이 처음 분출했을 때 기상청은 이를 예측해냈다. 화산 분화가 일어나면 마그마에 의해 화산이 팽창하는데, 이로 인해 화산의 경사각이 조금이라도 변하거나, 화산 꼭대기와 평지의 거리가 단 몇cm만 변하더라도 바로 GPS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길게 봤을 때 후지산 분화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현재 기사를 통해 언급되고 있는 전조 현상은 사실 무근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최근 불거진 후지산 임간도로 함몰 현상은 어떻게 된 것일까.
야마나시 현 후지산 임간도로 관리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한 결과, 이 또한 화산 활동이나 지각변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몇 십년간 땅이 얼고 녹고를 반복해서 지하에 물길이 생긴 듯하다. 이 물길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화산 활동이나 지각변동에 의한 함몰은 아닌지 묻자, 그는 "땅이 일직선으로 가라앉았다면 그렇게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로 커브길을 따라서 땅이 함몰됐다"며 화산 분화의 전조와는 무관하다고 봤다.
한국에서 떠들썩했던 것과는 달리, 후지산 분화 전조로 보도되던 세 가지 현상 모두 전문가들이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전조 현상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산분화예지연락회 측도 기상청과 같은 의견이었다.
비록 최근 발생한 특이 자연현상들이 화산 분화 전조 현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분명한 점은, 앞으로 후지산 분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화산예지연락회 회장이자 도쿄대명예교수인 후지이 도시쓰구 씨도 "30년에 한 번 꼴로 분화하던 후지산이 최근 300년간 분화하지 않았다. 이상사태임에는 분명하다.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비해 일본에서는 각지에서 '화산방재협의회'를 구성해 화산 분화시 지역별 피난 계획을 담은 방재맵을 작성하고 있다. 대단위 지자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지자체, 화산전문가, 국가 기관인 기상대, 그리고 소방당국이 모여 얼굴을 맞대고 화산 분화 대책을 논의하고 피난 계획과 방재맵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피난시 주민 혼란을 막아, 일사분란하게 피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화산이 분화하면 한국에 피해는 없을까.
아까 언급한 기상청 화산 관측 담당 다카기 씨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그는 "1만~3만m 상공에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초속 50m의 편서풍이 분다. 이 바람은 방향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운이 극히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화산재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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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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