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미니한일전’은 욱일승천기보다 양측 감독의 전술 대결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기였다. 페트로비치 우라와 감독은 변칙스리백으로 경기 초반 전북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즉각적인 변화로 결국에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자, 90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전북과 우라와의 경기를 복기해보자.
▲ 전술포인트① - 문제의 서상민 시프트
파비오 대행은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떨어진 김정우 대신 김상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그리고 미드필더 정혁을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불러왔다. 첫째, 김상식이 지나치게 포백 근처까지 내려오면서 전북은 미드필더와 최전방의 간격이 벌어졌다. 그로인해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정혁은 전문 측면 수비수가 아니다. 활동량은 좋지만 치고 올라가야하는 풀백은 익숙지 않다. 실제로 정혁은 지난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도 실점 이후 서상민과 자리를 바꿨다.
한 가지 의문점은 파비오 대행이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이다. 파비오는 수원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서 “경기 도중에 지시한 사항이다. 훈련 과정에서도 두 선수가 위치를 바꾸는 연습을 했다”며 의도된 변화라고 했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한 기용을 다시 반복한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체력적인 소모가 큰 풀백의 특성을 고려해 뒤늦게 서상민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전북은 서상민이 오른쪽 수비로 자리를 옮긴 뒤 좀 더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 전술포인트② - 우라와의 변칙 스리백
이에 맞선 우라와는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리백과는 달랐다. 볼을 소유했을 때는 좌우 스토퍼이 측면으로 크게 벌리며 풀백 역할을 했고 그 빈자리를 중앙 미드필더인 아베 또는 케이타가 내려와 메웠다.(우라와 포메이션이 상황에 따라 포백처럼 보인 이유다) 또한 우라와 스리백은 늘 3명의 중앙 수비가 포진하면서 전북 투톱과 3대2 상황을 유지했다. 이는 피지컬이 우세한 이동국, 케빈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아베와 케이타가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생긴 또 다른 장점은 전북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아베는 스리백 위치서 볼을 잡은 뒤 패스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전북은 경기 초반 우라와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동국이 아베를 압박하면 중앙 수비인 나스가 직접 볼을 끌고 전방으로 전진하기도 했다. 그 사이 전북은 전반 3분 만에 코너킥에서 선제골을 내준데 이어 전반 7분에는 정혁이 위치한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우메사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때까지 경기는 우라와의 완벽한 승리였다.
▲ 전술포인트③ - 파비오의 첫 번째 변화
경기는 순식간에 0-2가 됐고, 파비오 대행은 첫 번째 변화를 줬다. 케빈을 처진 위치로 더 내리면서 벌어진 간격을 메웠다. 그리고 정혁과 서상민의 위치를 바꿨다. 이후 전북은 공수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기엔 부족했다. 경기는 우라와가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전북 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전북은 최전방의 이동국, 케빈을 향해 롱패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이를 통해 많은 파울을 얻어냈다. 덕분에 에닝요는 수차례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비록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과 골대 불운으로 무산됐지만 이 작전은 전북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루트로 활용됐다.
▲ 전술포인트④ - 파비오의 두 번째 변화
후반 시작과 함께 파비오 대행은 김상식을 빼고 김정우를 투입했다. 또한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정우가 들어오면서 전북은 중앙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케빈은 다시 전방으로 올라갔고 전북은 압박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만회골은 에닝요의 발 끝에서 나왔다. 우라와 원정에서 상대 골키퍼를 속이는 기막힌 중거리 슈팅을 선보였던 에닝요는 또 다시 골키퍼 키를 넘기는 만세 골로 득점에 성공했다. 에닝요는 경기 후 “우라와 골키퍼가 자주 앞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로빙 슈팅을 시도했다”고 했다.
실제로 전북은 우라와 골키퍼의 약점을 노렸다. 후방과 측면에서 계속해서 긴 크로스를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위치 선정이 불안한 우라와 골키퍼를 공략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크로스가 부정확했고 케빈이 헤딩이 대부분 페널티박스 박에서 이뤄지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 전술포인트⑤ - 서상민의 극적 동점골
후반 중반이 넘어서자 파비오 대행은 더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미드필더 정혁 대신 측면 공격수 레오나르도를 내보냈다. 이승기가 중앙으로 이동해 김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사실상 5명의 공격수가 배치된 셈이다. 우라와는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페트로비치 감독은 교체를 통해 측면을 보강했다. 그리고 역습을 통해 2~3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일대일 찬스를 놓치는 등 달아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위기를 넘긴 전북은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전원 공격 체제로 나선 전북은 문전 혼전 중에 이동국이 내준 볼을 쇄도하던 서상민이 슈팅으로 우라와 골망을 흔들었다. 잘못된 결정으로 경기 초반 어려운 경기를 펼친 전북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역전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닥공의 막판 공세는 강렬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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