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엇을 위한 총력전인가.
내일이 없는 한화 마운드 운용. 선발-불펜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다. 마치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12일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김혁민이 14일 대전 LG전서 다시 선발투수로 나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창식은 13일 선발로 이미 나왔고, 11일 삼성전서 선발로 나섰던 대나 이브랜드도 13일 경기서 구원으로 나왔다. 5선발로 출발한 윤근영은 이미 구원등판을 하고 있다. 10일 선발 대니 바티스타는 7이닝을 던진 터라 이번 주말 3연전서 나오기 어려웠다.
▲ 연패보다 더 큰 연패 스트레스
한화의 연패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13일 패배로 개막 12연패. 2003년 롯데와 동률을 이뤘다. 이날 경기마저 패배할 경우 개막 최다연패 신기록을 쓴다. 나아가 1985년 청보의 18연패 기록에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괴로운 김응용 감독은 최근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선수단은 연패보다 연패 탈출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후문. 자꾸 주위에서 “연패, 연패”하니까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그게 또 부담이 돼 패배가 추가되는 상황. 한 마디로 지금 한화는 연패보다 ‘연패 스트레스’가 더 크다.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결국 김응용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연패 스트레스를 벗어나야 경기력도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 ‘내일은 없다’식의 마운드 운용이 시작된 배경이다.
▲ 투수 충격요법. 개개인 신경 쓸 여유 없다
현실적으로도 그 방법 밖에 없었다. 한화의 문제점은 불안한 마운드와 수비. 수비는 하루 아침에 나아지기가 힘들다. 그나마 마운드는 인위적인 조정을 해서 조금이나마 안정화를 시킬 수 있다. 선발-불펜 할 것 없이 연일 난타당하고 있는 상황. ‘내일은 없다’ 식의 마운드 운용으로 투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다.
외국인투수 이브랜드도 13일 경기서 유창식이 일찍 무너지자 등판했다. 사실 외국인선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불펜 투입되는 건 결코 달갑지 않다.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화는 연패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눈 앞의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투수 개개인을 챙길 여유는 없다. 이날 이틀만에 다시 선발로 나서는 김혁민도 마찬가지다.
▲ 마운드 새 판 짜기 불가피. 후유증 없을까
결국 한화는 개막 2주만에 선발로테이션이 완벽하게 붕괴됐다. 이날 선발 김혁민의 투구내용, 구원으로 나설 투수들의 피로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16일부터 시작될 NC와의 홈 3연전서 새롭게 로테이션을 짜야 한다. 불펜도 보직 변경이 불가피하다. 마무리로 낙점됐던 안승민은 사실상 송창식에게 자리를 물려준 형국. 송창식이 완전히 마무리로 갈 경우 불펜 밑그림도 새롭게 그려야 한다.
고민스러운 건 선발-불펜에서 믿고 맡길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화 마운드에서 보직에 관계없이 그나마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투수는 바티스타, 송창식 정도였다. 새 판짜기에 들어가야 할 상황인데도 김응용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2군에서 불러올릴 투수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마당쇠 박정진의 컴백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한편으로 이런 식의 마운드 운용이 투수들에게 더욱 후유증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선발로 나온 유창식도 사실 4일만의 등판이었다. 김혁민은 하루 걸러 하루만에 선발 등판. 물론 이닝을 짧게 던졌기 때문에 부담은 덜하지만, 선발로 준비해온 선수는 자신만의 준비 리듬이 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신체리듬을 깨트리는 건 좋은 현상은 아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체력적, 정신적으로 후유증에 빠질 수도 있다. 연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운드 총력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한화. 독수리들의 4월 행보가 힘겹기만 하다.
[이브랜드(위), 김혁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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