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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구령에 발 맞춥니다!"
훈련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구령에 발을 맞춰 팔을 흔들며 걷다 보면 어찌 된 일인지 오른발과 오른손이 동시에 앞으로 나간다. 이리저리, 허둥지둥 발과 손을 바꾸다 보면 대열은 금세 흐트러지기 마련이고, "똑바로 안 걷습니까!" 하는 조교의 호통이 들려온다. '걷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 건가.'
14일 첫 방송을 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이러한 군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군대 밖 사회에 있을 때는 자유롭게 웃고 떠들던 이들도 웃음기 하나 없는 조교의 지시에 번호 달린 훈련병이 되어 "네! 알겠습니다!" 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이 어린 조교의 지적에 가끔은 발끈하며 반항할까 고민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이곳은 군대다' 하는 사실.
'진짜 사나이'가 재미를 준 건, '체험'이 아닌 제목처럼 '진짜'를 찍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주인공이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손진영, 샘 해밍턴, 미르까지 6명의 연예인들이었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병영 체험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체험'이었다. 시청자는 프로그램 속에서 군복을 입은 연예인들이 실제 군인들의 모습과 차별됐단 걸 안다. 얼굴에 위장크림을 짙게 바르고 레펠 훈련이나 각개전투 훈련을 하고, 화생방 훈련에서 눈물, 콧물 흘리는 장면은 모두 연예인들의 '체험'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진짜 사나이'의 기본 원칙은 제작진의 최소 개입이었다. 촬영을 다녀 온 출연자들이 "도움을 청하고 싶었는데, PD나 작가가 눈을 피하더라"고 고백한 건 인위적이지 않은 살아있는 현장을 담겠다는 제작진의 뜻 때문이었다.
"지금 놀러왔습니까?"라고 매섭게 노려보는 조교의 눈빛이나, 조교의 계속된 지적에 불편한 기색을 비추는 것 모두 '진짜 사나이'의 진짜 장면들이었다. 이처럼 진짜 군대가 담겼기 때문에, '병영 생활'이란 TV의 단골메뉴가 새삼스럽지만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었다.
2000년대 이전의 군번을 지닌 남성들에게 '진짜 사나이'는 속된 말로 '짬내' 나는 시절의 자극이다. 너무나도 천천히 돌아가던 국방부 시계가 있던 그곳, 비인간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인간적이던 그곳. '진짜 사나이'가 이들에게는 "우리 때는 더 '빡셌어'"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반대로 아직 입대 영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진짜 사나이'는 미지의 세계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듣던 호랑이 이야기처럼 대학교 복학생 형이 들려주던 무서운 이야기 속 그곳, 모든 말이 '다'나 '까'로 끝나야만 한다는 이상한 나라인 그곳. 이들은 아마도 '진짜 사나이'를 보며 "군대에 가면 진짜 저렇게 해?"라고 묻지 않을까 싶다.
여자들에게 '진짜 사나이'는 남자들만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아버지나 오빠, 동생 혹은 남자친구를 떠올리길 바란다면 지나친 이상이다. 다만 '진짜 사나이'를 보면 주변의 남자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는지도 모른다. 왜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얘기를 자랑처럼 늘어놓는지, 왜 서로가 더 힘들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고집 피우는지에 대해서다.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들의 특별한 체험이 아닌 우리 주변의 남자들이 갔던 군대의 진짜 모습을 담았다. 첫 방송이 훈련소의 모습이었다면 두 번째 방송은 자대 배치를 받은 후의 모습이다. 군대를 갔다 온 많은 남자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 "훈련소 때가 제일 편했지."
[MBC '일밤-진짜 사나이'.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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