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챔피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서울 SK가 벼랑 끝에 몰렸다. 울산에서 16일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도 울산 모비스에 내줬다. 17일 4차전마저 패배할 경우 챔피언결정전을 4연패 스윕으로 허무하게 내주게 된다. 정규시즌 최다승(44승) 우승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SK는 정규시즌서 3-2 드롭존, 1가드 4포워드 시스템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서 젊은 선수들과 초보 문경은 감독의 큰 경기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의 과감한 포기
SK도 가만히 앉아서 당한 건 아니다. 3-2 드롭존을 버리며 맨투맨으로 나서기도 했고, 에런 헤인즈 대신 코트니 심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성과를 보기도 했다. 3차전서는 1가드 4포워드마저 버리며 투가드 시스템을 장착해 속공과 외곽슛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술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시원스럽게 성공한 게 없다. 4차전을 맞이하는 문경은 감독으로선 매우 답답할 것이다.
사실 문경은 감독이 1가드 4포워드를 잠정 포기한 건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SK는 김민수, 최부경, 박상오, 에런 헤인즈 등 190cm가 넘는 포워드들이 많다. 가드와 포워드들의 신장이 낮은 모비스를 감안하면 커다란 이점. SK는 정규시즌서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으로 모비스뿐 아니라 다른 팀들을 상대할 때도 미스매치를 활용해 손쉽게 공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김시래, 혹은 박종천, 박구영 등을 상대로 미스매치 효과를 봐야 할 박상오가 너무 잠잠했다. 박상오는 1차전서 37분간 4점, 2차전서 26분간 무득점에 그쳤다. 김민수 역시 1차전 8점, 2차전 무득점에 그쳤다. 문 감독은 결국 컨셉트를 바꿨다. 3차전 선발라인업에서 최부경을 뺐다. 대신 주희정을 넣어 김선형과 투 가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정규시즌서도 두 사람이 함께 뛰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 속공, 외곽슛 터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SK는 김선형-주희정, 김선형-변기훈, 주희정-변기훈 등 투 가드 시스템을 거의 40분 내내 가동했다. 공격에서의 스피드를 강화하고 모비스 가드진의 낮은 신장을 활용해 외곽슛 찬스를 만들어보자는 심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SK는 이날 3점슛 16개를 던져 단 1개만 집어넣었다. 리바운드에서 37-32로 앞섰으나 속공에선 4-5로 뒤졌다. 오히려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게 된 모비스가 더욱 다양한 공격방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고 말았다.
SK는 오픈 3점슛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행보를 이어갔다. 만약 3점포가 터졌다면 3차전 향방은 알 수 없었다. SK는 4차전서도 투 가드 시스템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문경은 감독이 3차전 직후 “4차전서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게 그 이유.
SK의 이런 시스템 변화가 모비스도 대처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건 SK 스스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외곽 로테이션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거나 가드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로 나오면 되기 때문. SK도 4차전서 이런 변화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기본적으로는 좀 더 강한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전술 변화에 대한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 정규시즌 챔피언 자존심을 살리자
역대 챔피언결정전서 1~3차전을 내리 승리한 팀은 2005-2006시즌 서울 삼성이 유일했다. 당시 정규시즌 준우승팀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팀 울산 모비스에 4차전마저 가져가면서 포스트시즌 전승우승을 달성했다. 모비스로선 7년 전 삼성에 당했던 설움을 똑 같은 방식으로 SK에 풀어내고 있다. 반대로 정규시즌 우승팀 SK로선 7년 전 모비스 입장이 된 상황.
SK로선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SK는 정규시즌서 최다승(44승), 홈 최다연승(23연승)을 달성하며 무적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서 모비스의 완벽한 경기력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SK의 큰 경기 경험 부족과 정규시즌 막판부터 경기력을 끌어올린 모비스 저력의 곡선이 챔피언결정전서 그대로 부딪힌 형국.
문경은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3경기 내리 졌지만, 4차전서도 선수들을 믿겠다. 더 이상 변화는 없다”라고 했다. 이제 SK 선수들이 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차례다. 역사는 3연패 이후 역스윕을 허락한 적이 없다. 하지만, SK가 정규시즌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도 없었다. 그 기적의 행보를 4차전서 보여줘야 한다. 스윕 패배 위기. SK로선 정규시즌 챔피언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SK 김선형(위), 볼 다툼하는 헤인즈(중간), 문경은 감독(아래). 사진 = 울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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