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좌절할 필요 없다. 그들도 승자다.
서울 SK의 2012-2013시즌이 끝났다. SK는 모비스에 챔피언결정전 스코어 0-4로 스윕 패배를 맛봤다. 굴욕이 아니다. SK는 분명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시즌 전 SK가 프로농구 파이널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됐을까. 정식 감독 첫해를 맞이한 문경은 감독과 경험이 일천한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최고의 성과를 냈다.
SK는 2011-2012시즌을 9위로 마쳤다. 알렉산더 존슨이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SK 수뇌부는 문경은 감독대행을 좋게 평가했다. 모래알 조직력의 SK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힘을 실어줬다. 시즌 후 대행 꼬리표가 사라졌다. 문 감독은 2012-2013시즌 정식감독 첫해를 보냈다.
▲ 3-2 드롭존, 1가드 4포워드… SK 농구의 요체
SK 농구의 요체는 역시 3-2 드롭존과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이다.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SK는 지난 비 시즌에 건국대 빅맨 최부경을 신인으로 뽑았고, KT에서 FA로 풀린 박상오를 잡았다. 기존의 김민수에 외국인선수로는 에런 헤인즈까지. 190cm가 넘는 선수 4명을 주전으로 배치했다. 김선형을 포인트가드로 돌리면서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팀에 미스매치 이점을 봤다. 공격이 술술 풀렸다. 또한, 헤인즈를 꼭지점에 배치한 3-2 드롭존도 선보였다. 장신이 많고 발 빠른 헤인즈와 김선형이 있으니 선택할 수 있는 수비 전술. 직전 시즌 동부가 히트를 쳤던 그것과는 달랐다. 수비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 문경은 감독도 “김선형, 헤인즈 외엔 발이 느려서 촘촘한 대형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동부는 윤호영이 꼭지점에 서면서 골밑에 어렵게 볼을 투입하게 한 뒤 골밑으로 내려가 도움수비를 했다. 골밑 양 모서리에 위치한 벤슨과 김주성이 이 수비의 헐거운 압박 지역인 코너까지 최대한 커버했다. 그러나 SK는 정규시즌 69.6실점으로 오히려 모비스의 67.7실점보다 뒤진 최소실점 2위였다. 포워드들로 하여금 리바운드 우세를 노린 뒤 헤인즈와 김선형이 앞선에서 속공을 연결하는 게 더 위력적이었다. 수비 그 자체보단 공격을 위한 전술. 그러나 헤인즈가 속공과 체력 부담으로 골밑 도움수비를 내려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완벽한 ‘드롭 존’이 아니었다.
▲ 패배의식 벗어던진 SK, 모래알 아닌 적성농구
SK는 이 시스템으로 패배의식에서 벗어났다. 2007-2008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5시즌만에 봄 농구 참가를 확정한 것에서 모자라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선수들의 사기가 극에 달했다. 홈에선 무려 25승 2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홈 경기 23연승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기록. 또한 정규시즌 44승으로 직전 시즌 동부와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알고보면 문 감독의 ‘적성농구’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3-2 드롭존도 철저히 SK의 선수구성에 맞는 수비였다. 움직임이 적고 혼자하는 농구에 익숙했던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냈다. 김민수에겐 공격에선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하도록 놓아두되, 수비에서 책임감을 부여했다. 공격과 화려한 플레이에 능했던 최부경을 한 시즌만에 건실한 빅맨으로 탈바꿈 시켰다. 김선형의 포인트 가드 전환도 대 성공. 베테랑 주희정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헤인즈에겐 해결사 역할을 맡기면서 1대1 능력을 마음껏 뽐내게 했다. 포스트시즌서는 KCC에서 데려온 코트니 심스의 활용도도 끝내 찾아냈다. 그 결과 SK는 패배의식을 완벽하게 벗어났다. 모래알 조직력. 이젠 옛말이다.
▲ 2% 부족한 포스트시즌… 봄 농구에서 배웠다
SK는 내심 사상 첫 통합우승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봤다. 1999-2000시즌 이후 13년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인 듯했다. 정규시즌을 워낙 압도적으로 보냈기에 헛된 기대감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너졌다. 정규시즌서 자신들의 천적으로 군림했던 안양 KGC를 4강 플레이오프서 3승1패로 따돌렸으나 경기력은 정규시즌만 못했다. KGC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가용인력이 적었던 걸 감안하면 완승을 했어야 정상이었다. 김태술에겐 여전히 고전했다.
챔피언결정전서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온 준우승팀 울산 모비스에 완벽하게 당했다. 평소 하던대로 나선 SK에 모비스는 완전히 달라진 전략, 전술로 중무장하고 나왔다. SK가 당해낼 수 없었다. 3-2 드롭존의 위력은 떨어졌고, 1가드 4포워드 시스템도 위용을 발휘할 수 없었다. 뒤늦게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해봤으나 모비스의 역공에 휘말렸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헤인즈의 활약도 뚝 떨어졌다. SK는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하고 4연패로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SK로선 못내 아쉬운 결과였다. 그러나 그것이 분명한 한계이기도 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비스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모비스는 정규시즌서 서서히 조직력을 맞춰나가면서 포스트시즌서는 SK보다 더욱 강한 상대로 거듭난 상태였다. 정규시즌서 워낙 잘 나갔다 보니 침체됐을 때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법을 몰랐다. SK로선 값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고 큰 배움을 얻었다.
챔피언결정전 4연패로 SK의 올 시즌을 ‘실패’로 규정지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규시즌 우승팀도 엄연한 챔피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큰 경기에 맞는 임기응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얻었다. 그 역시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었던 과제다. SK는 올 시즌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그들은 올 시즌을 통해 강호로 거듭났다. 그들은 2013년 봄 농구의 또 다른 승자다. SK는 내일을 위한 재도약을 할 기회를 얻었다.
[김선형(위), 문경은 감독(아래) 사진 = 울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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