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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박수를 보낼 일이다. 올 시즌 모비스의 행보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우승 후보 1순위라는 수식어를 안고 시작한 2012-2013시즌. 문태영과 김시래의 적응 문제와 외국인선수 퍼즐 맞추기라는 문제 속에서 시즌 초반 불안한 출발을 했다. 압도적인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했고, 정규시즌 막판 상승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가며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골인했다.
모두가 모비스를 최후의 승자로 인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서울 SK 역시 승자라는 것을. SK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1위가 아니라 우승이라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KBL은 정규시즌 1위팀을 우승팀으로 명명한다.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5개월간 54경기 대장정을 치러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이다. SK는 역대 정규시즌 최다승 타이(44승), 홈 최다연승(23연승) 이라는 좋은 기록을 써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문제는 SK의 정규시즌 우승이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묻혔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폄하하자는 것도 아니다. 전술과 전략 싸움이 매우 중요한 단기전서 모비스가 거둔 업적은 위대하다. 하지만,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마치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먼 과거의 일인 듯마냥 축소 해석하는 모습이 아쉽다. SK 역시 챔피언결정전서 무너졌으나 엄연한 올 시즌 우승팀이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포스트시즌 승자만을 최후의 승자로 인정한다. 상대적으로 기나긴 정규시즌서 거둔 업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혹자들은 정규시즌 우승팀을 최후의 챔피언으로 인정한다면 왜 포스트시즌을 치르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염연히 정규시즌 다음에 치르는 또 다른 시즌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단기전 보너스게임이다. 때문에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하나로 묶어 포스트시즌 우승팀만을 최후의 승자로 인정하는 건 불합리하다.
후광효과가 강한 법이다. 팬들은 SK의 우승 뒤 SK를 꺾고 포스트시즌서 우승한 모비스를 더욱 강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비스의 우승만큼 SK의 우승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챔피언결정전 패장 SK 문경은 감독의 코멘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 자부심, 가져도 좋다. SK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포스트시즌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포스트시즌보다 더 긴 호흡으로, 더 많은 팀과 경쟁해서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모비스와의 마지막 승부에서 무너졌다고 해서 정규시즌 우승의 가치마저 폄하해선 안 된다. 농구인들부터 포스트시즌서 무너졌다고 해서 정규시즌 우승팀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프로농구는 최근 세 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 포스트시즌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농구 17시즌 역사를 봐도 정규시즌 우승팀이 포스트시즌까지 통합 우승한 건 총 9차례였다. 정규시즌 우승팀과 포스트시즌 우승팀이 갈린 건 최근 세 시즌을 포함해 총 8차례. 그만큼 근래 들어 정규시즌 우승팀이 포스트시즌까지 접수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이는 포스트시즌서 우승한 팀의 노하우가 좋고, 단기전의 특성을 살린 경기 운영이 돋보인 전략의 승리다. 정규시즌 우승팀을 꺾고 포스트시즌 우승을 했다고 해서 정규시즌 팀보다 더 위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순 없다. 그저 똑같은 가치가 있는 우승팀일 뿐이다. 정규시즌 우승팀의 땀방울이 인정되지 않는 건, 곧 정규시즌 자체의 품위가 손상되는 일이다.
우리는 포스트시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1999-2000시즌 현대, 2002-2003시즌 오리온스, 2003-2004시즌 TG삼보, 2005-2006시즌과 2008-2009시즌 모비스, 2010-2011시즌 KT, 2011-2012시즌 동부를 기억해야 한다. 우승팀이 꼭 한 팀일 이유는 없다. 모비스와 SK 모두 2012-2013시즌의 승자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SK.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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