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김용화 감독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으로 국내외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3D 디지털 캐릭터인 고릴라 링링을 들고 출사표를 던진다.
링링은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3D 디지털 캐릭터다. 김용화 감독에게 가상의 고릴라 링링이 주인공인 '미스터고'를 제작하는 4년여는 희열과 고통이 함께 따르는 시간이었다. 18일 파주에 위치한 덱스터 필름과 덱스터 디지털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에게서는 그동안 '미스터 고'를 만들기까지 산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국가대표'까지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사실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지만 한 편으로 슬프고 허무하고 허망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인생은 어떤 식으로 잘 되든 간에 고통의 양은 항상 같구나', '고통이라는 것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갖고 있구나. 고민하고 고통 받고 있는 질이 변할 뿐이지'라는 생각에서 이왕 감독으로서 고통의 양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날 믿어주는 스태프, 내 영화를 사랑해 주는 한국 관객 여러분들, 더 나아가 한국영화에게 값진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미스터 고'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수의 VFX회사에 의뢰도 해봤는데 이 영화를 3~4편 이상 만들 정도로 엄청난 제작비가 든다는 것을 알고서 '이 영화를 접어야 한다'는 좌절감과 '다시 해야 돼' 라는 생각에 3개월가량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 이왕 나에게 힘을 몰아준 것이라면 나와 스태프,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을 쏟겠다는 출사표로 시작했다"며 "영화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국이 있다. 나와 한국 스태프들이 0에서 100까지 모든 걸 다 만들어낸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제작기도 있었다. 처절하게 외로웠고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 고'를 만들기 위해 김용화 감독이 택한 것은 '타성 버리기'다. '국가대표'의 성공까지 그동안의 시간 동안 그가 손에 쥐었던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이 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능력까지 인정받았던 분야가 아닌 새로운 형식과 시장을 향해 도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내 몸을 낭떠러지에 세운 것"같은 도전이었다. 아시아에서 흥행 파워를 발휘하는 유명한 스타 배우를 기용하는 안전한 길을 택하지도 않았다. 3D 디지털 캐릭터인 링링, 성동일, 중국배우 서교와 함께 새로운 발자취를 써나가기로 했다.
김용화 감독은 "내 영화의 모든 여배우들이 빛나기는 하지만 서교는 20세가 되면 장쯔이를 능가하는 중국을 호령하는 여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라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이와 경험은 무관하다. 배우는 삶의 경험을 오감으로 기억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감정적으로 가정적 심리 상황에 잘 빠져드는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유명한 배우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영화에 훌륭한 배우가 나타난다고 생각하지, 훌륭한 배우가 좋은 영화를 담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캐스팅 철학을 전했다.
오는 7월 개봉되는 '미스터 고'는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대규모 개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 화이브라더스가 '미스터고' 제작비의 25% 이상인 500만 달러의 투자 및 배급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김용화 감독은 "중국에서 달러로 500만불을 과감히 한국에 송금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일이었다고 한다. 개봉 규모가 굉장히 크다. 인생 목표가 만개 이상의 스크린에 영화를 거는 것인데 이 영화로 기적 같은 일이 생기기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을 쓴 '미스터 고'는 국내 최초 100% 3D 촬영 방식과 풀 3D 디지털 캐릭터의 구현 등 기존 한국 영화의 한계를 넘어서며 최초 본격 리얼 3D를 시도한 작품으로, 중국 룡파 서커스단에 있는 소녀 웨이웨이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팀에 입단해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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