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월 대세론은 이대로 끝인가.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를 사로잡았던 법칙. “4월 순위가 끝까지 간다.” 시즌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전력이 평준화가 된 가운데 시즌 중반 맞이할 부상, 체력적 변수 등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승수를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보편화됐다. 그리고 야구의 특성상 벌어진 승차를 시즌 중반 만회하는 게 쉽지 않다. 4월에 5할 승률을 찍지 못한 채 뒤처질 경우 한 시즌 농사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실제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SK의 경우 4월에 승수를 바짝 벌어놓은 뒤 시즌 중반 강약 조절을 하며 한 시즌을 끌어갔다. SK는 2007년 4월 12승 6패 2무(1위), 2008년 4월 20승 6패(1위), 2009년 14승 6패 3무(1위), 2010년 21승 5패(1위), 2011년 15승 6패(1위)까지 5년 연속 4월 1위를 차지했다. SK는 4월 여세를 몰아 2007~2008년 통합 2연패와 2010년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 흔들리는 4월 대세론
지난해와 올해는 또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4월 1위는 롯데(10승 5패 1무)였다. 그러나 롯데는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다. 대신 4월 7승 10패로 6위에 처졌던 삼성이 정규시즌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부상자와 부진에 빠진 선수가 많았던 삼성은 5월 이후 전열을 정비해 결국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차례로 접수했다.
올 시즌도 비슷한 흐름. 아직 4월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선두 KIA가 나머지 8팀을 압도할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러 승리를 마다하는 건 아닌데, 딱히 치고 올라서려고 무리하게 총력전을 펼치는 팀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팀이 4월보단 5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월 대세론이 무색하다.
전통의 4월 강자 SK는 이제 막 김광현, 나주환, 정상호, 조동화가 들어왔다. 마무리 박희수의 합류도 임박했다. 5월엔 재활 중인 박정배, 엄정욱을 비롯해 타선에서도 박재상, 김강민 등의 합류가 기대된다. 선두 KIA도 5월에 윤석민, 박지훈 등 마운드 병력이 추가로 전력에 들어온다. 김주찬도 빠져있는 상황. 뒷문 비상체제를 가동 중인 두산도 5월 이후 임태훈, 이용찬 등의 합류를 타진하고 있다. 막내구단 NC도 손바닥 통증에서 회복될 나성범을 비롯해 모창민, 이현곤 등이 5월에 합류할 예정이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도 불펜을 정비해 5월 이후 대반격을 노린다.
아직 100% 전력을 갖춘 팀이 많지 않다. 4월부터 총력전을 펼칠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미. 순위표 꼭대기에 있는 KIA 선동열 감독조차 “4월은 5할만 하면 된다. 아직 100% 전력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두산 김진욱 감독은 “시즌은 길고 지금은 각 팀들의 전력에 변수가 많다. 승부는 여름에 갈린다”라고 예상했다.
▲ 촉박했던 스프링캠프, 촘촘해진 전력 간극… 초반 승부 중요성 여전하다
4월부터 총력전을 펼쳐 치고 나갈 경우 순위다툼에서 유리한 건 확실하다. 역사가 증명한다. 작년 삼성은 희귀한 케이스다. 대표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감독들은 4월에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 있다. 예년에 비해 각 팀들의 전력이 100%가 아닌 표면적 이유가 있다. 예년에 비해 부실했던 스프링캠프다. 한 야구인은 “스프링캠프 기간이 짧았던 걸 무시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올 시즌 각 팀들의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시간적으로 준비기간이 촉박했다”라고 분석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단장회의에서 올해부터 1월 20일 이후 해외 스프링캠프 출발을 합의했다. 비활동기간을 지키자는 것. 1월 신년벽두부터 해외에 나가는 구단이 없어졌다. 또 9구단 체제 개막으로 정규시즌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시범경기 개막도 앞당겨졌고, 그에 따라 스프링캠프 종료일도 앞당겨졌고 기간도 줄어들었다. 결국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상자가 상당수 복귀하지 못했고, 개막 1달이 다 돼가는 시점인데 정상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전력 간극이 좁아진 각 팀들의 현실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후반 SK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로 작심했던 건 기본적으로 타팀들과 전력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초반에 승차를 벌려두면 나중에 쫓아오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야구에 절대 강자는 없다. 삼성조차 예년의 전력이 아니고 올 시즌 우승후보라는 KIA와 두산도 압도적인 전력은 아니다. 때문에 매 경기 접전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감독들로선 전력이 정비가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굳이 무리하게 치고 나갈 명분이 없다.
전력이 평준화 됐다는 지난해. 본격적인 순위 간극은 여름 이후에 생겼다. 올 시즌엔 한화와 NC의 약한 전력 속 5할승률도 4강을 장담할 수 없다. 7팀의 물고 물리는 접전이 더욱 심화될 조짐. 전력이 정비될 5월 이후 분명 치고 올라가려는 팀은 나올 것이다. “5월엔 해볼 만하다”는 감독들의 발언은 아이러니하게도 5월이 시즌 출발점과도 같다는 인식이 투영돼 있다. 이는 여전히 초반 승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 4월 대세론은 희미해졌지만, 초반 승부 자체의 중요성은 결코 희석되지 않았다. 단지, 각 팀들의 상황과 리그의 현실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잠실구장(위), 창원마산구장(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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