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한이의 존재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삼성 박한이(34). 올해로 13년차다. 2001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12년간 단 한 시즌도 빠짐없이 100경기 이상 출전해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1번-중견수 자리를 지켜오다 이영욱, 배영섭 등의 성장 속 주전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 뒤 꾸준히 뛰어오고 있다. 타순도 톱타자를 벗어나서 2번, 6번 등 다양하게 들어서고 있다. 한창 전성기엔 3번 혹은 5번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했었다. 이런 점들은 박한이를 논할 때 ‘꾸준함’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2013년. 올 시즌에도 박한이는 삼성 부동의 주전 우익수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35세 노장이 됐지만, 삼성 외야는 그가 없인 설명할 수가 없다. 그는 24일 잠실 LG전서도 2번 우익수로 변함없이 선발출전했다.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맹타. 이로써 올 시즌 박한이의 성적은 타율 0.404(1위) 출루율 0.483(1위) 21안타(1위) 1홈런 10타점(20위) 12득점(11위)이다. 득점권 타율은 0.455, 주자 있을 때도 0.550이다. OPS도 무려 1.041다.
▲ 빛나지 않는 듯 빛나는 박한이의 존재가치
박한이의 프로역사는 곧 삼성의 21세기 역사와 함께한다. 박한이로선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심정수, 김한수 등 당대 최고 스타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이들이 홈런과 장타를 펑펑 쏘아올리는 통에 박한이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묻혔다. 그러나 선행 주자 박한이의 출루와 득점이 없었다면 이들의 장타 위력도 반감됐을 것이다. 박한이의 25일 현재 통산 타율 0.294, 통산 898득점, 통산 766볼넷이다.
박한이는 데뷔 초반만 해도 날렵한 몸매였다. 2007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리수 도루를 한 준족이었다. 이후 살이 갑자기 찌면서 다소 몸이 둔해진 건 맞다. 또 빠른 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루 능력이 리그 최상급은 아니라는 소리도 들었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떨어져서 주루사도 은근히 많이 당하는 타입.
순발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박한이는 몇 년 전부터 비 시즌에 꾸준히 배드민턴을 치면서 순발력을 유지하고 있다. 몸은 불어났어도 순간적인 스트라이크-볼 대처, 넓은 외야수비범위 등은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실제 24일 잠실 LG전서도 1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용의의 우중간 타구를 절묘한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는 순발력을 과시했다. 이런 것들은 절대로 기록상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13년째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는 것 자체에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 13년째 근속 외야수, 2번째 FA 이번엔 대박 가능할까
현재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박한이를 빼놓고 12~13년 연속 꾸준히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가 드물다. 박한이는 지난 12년간 100경기 이상 꼬박꼬박 나오면서도 세 자리수 안타를 적립 중이다. 양준혁의 16년 연속 세 자리수 안타 다음 가는 대기록. 매 경기 안타 1개는 쳐내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타팀 입장에서 박한이는 매우 끈질긴 타격을 하는 까다로운 저격수다. 프로 최고의 미덕인 부상도 별로 없었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엔트리에 들지 못한 뒤 1달간 결장한 것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장기 결장도 드물었다.
이런 그는 2009시즌을 마친 뒤 첫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2년간 10억원 계약을 맺었다. 김태균, 이범호의 일본 진출로 인한 FA 수요 감소, 리빌딩에 눈을 돌린 구단들로 인한 FA 자체에 대한 무관심 등이 빚어진 결과였다. 최근 FA 먹튀가 줄어들었고, 구단 고위층들의 성적 조급증이 발동하면서 외부 FA에 대한 몸값 인플레이션이 FA 초창기 시절만큼 극대화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어떻게 보면 박한이로선 4년 전 FA 계약이 아쉬울 수도 있다.
박한이는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생애 두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첫번째 FA 계약은 아무래도 실력과 공헌도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꾸준함은 여전히 박한이의 최고 무기. 다만, 30대 중반을 넘어섰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일단 올 시즌 출발은 매우 좋다. 삼성으로선 “박한이 없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요즘이다. 13년차 근속 외야수의 가치. 분명 재평가 받을 필요가 있다.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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