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블론세이브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현재 리그 블론세이브는 무려 27개다. 84경기를 치렀으니 3.1경기당 1개꼴로 나왔다. 정규시즌이 매일 4경기씩 치러지니 하루에 1경기는 꼭 막판에 승부가 요동쳤다는 의미다. 26일에도 롯데 김성배, 두산 이재우가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불펜이 강하지 않은 팀은 장기레이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지는 오래됐다. 대부분 팀에 믿을만한 불펜 구축은 매년 숙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불펜 왕국 삼성, SK도 올 시즌엔 불펜이 많이 흔들린다.
블론세이브 최다 1위는 4명이다. 롯데 정대현, 김사율, KIA 앤서니 르루, 한화 안승민. 이들은 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한 투수는 너무나도 많다.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 넥센 손승락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마무리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마무리 투수부터 셋업맨들까지 박빙 승부에서 흔들린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팀이 3팀에 불과한 이유도 대부분 팀이 중간-마무리 라인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 타자들 압도하는 불펜 투수들 드물다
현재 리그에서 확실한 마무리 투수는 5명이다. 삼성 오승환, 넥센 손승락, LG 봉중근, KIA 앤서니, 한화 송창식. 오승환과 손승락 정도가 구위로 타자들을 윽박지른다고 볼 수 있다. 봉중근도 경기운영능력과 요령이 좋아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 스타일. 나머지 마무리들, 또 각 팀을 대표하는 셋업맨들 중에서 확실하게 언제라도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면서 틀어막아줄 것이란 믿음을 주는 투수가 많지 않다.
여러 사정이 있다. 기존 불펜 왕국이었던 삼성과 SK의 불펜이 예년보다 약해졌다. 삼성은 최근 불펜이 정비되고 있지만, 권오준-정현욱 이적 공백이 있다. 권혁의 구위도 썩 좋지 않다. 안지만도 팔꿈치 뼛조각 수술 이후 지난해 구위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SK도 마무리 박희수가 WBC 이후 좋지 않은 컨디션을 정비하느라 자리잡지 못했다. 정우람도 군입대한 상황. LG도 정현욱이 합류했으나 유원상이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집단 마무리를 구축한 두산은 기존 마무리 후보 홍상삼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고, 재활 후 돌아온 이재우, 정재훈 등도 예전 아우라는 아니다.
KIA와 넥센의 경우 앤서니와 손승락이라는 마무리가 있지만,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경기 중, 후반을 버텨줄 확실한 셋업맨이 부족하다. NC와 한화는 전반적으로 불펜 자체가 불안하다. NC도 김진성을 마무리로 내세웠으나 박빙 승부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 컨디션 유지와 등판간격, 블론세이브의 상관관계
불펜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등판 간격이 불규칙하다.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올 시즌 필승계투조를 새롭게 구축한 팀들이 많다.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 요령 습득이 중요한 과제. KIA 선동열 감독은 “불펜 투수들은 1주일에 2~3경기 정도는 등판해줘야 컨디션 조절이 용이하다”라고 했다. 너무 자주 등판해도, 너무 등판하지 않아도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진다.
두산 이재우는 26일 창원 NC전서 4-2로 앞선 8회 2사 3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그러나 등판하자마자 이호준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9회 양의지의 만루포가 폭발하면서 9회를 막아내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재우는 24일 목동 넥센전서도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2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당시 14일 잠실 롯데전 이후 열흘만의 등판. 들쭉날쭉한 등판 간격에 컨디션 유지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넥센 손승락도 25일 목동 두산전서 3-3 동점이던 연장 10회에 등판해 ⅔이닝 3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9세이브로 선두를 질주하는 손승락으로선 블론세이브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 역시 등판 간격이 문제였다. 17일 부산 롯데전 이후 8일만의 등판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등판하다 보니 오히려 좋았던 감각을 잃어버린 듯하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마무리 경험을 떠올렸다. “1주일 쉬고 등판하는 건 괜찮았다. 2주 쉬고 등판하는 건 힘들었다. 투구 감각을 찾기가 어려웠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등판하기 전 불펜에서 15~20개 정도 던지고 마운드에 올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실전 등판은 엄연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선 감독은 “1주일에 2~3번은 등판하는 게 컨디션 조절에 가장 도움이 된다. 연투도 3일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상은 위험하다. 피로 회복능력이 좋은 투수들도 막상 어깨를 돌려보면 묵직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어차피 경기상황에 따라 등판간격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운명. 요즘은 경기 흐름 자체가 예년보다 더욱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그만큼 불펜, 마무리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블론세이브 속출 원인 중 하나로 봐도 될 것 같다.
[이재우(위), 손승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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