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2루주자 나지완은 3루로 가지 않았을까.
26일 광주 KIA-삼성전. 삼성의 완승으로 끝났다. KIA의 표면적인 패배 원인은 8~9회 최향남, 박경태, 이대환의 난조. 자세히 파고 들어보면 KIA도 경기 초반 승기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 0-0이던 2회말 공격. 선두타자 나지완이 우중간 2루타를 때렸다. 후속타자 최희섭이 우측에 깊숙한 타구를 날리며 아웃됐다. 발이 빠르지 않은 나지완이라도 충분히 3루 진루를 시도할 수 있었다.
▲ 3루로 진루하지 못한 나지완, 왜?
나지완은 3루로 진루하지 못했다. 최희섭의 우측 깊숙한 타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리터치를 하지 못했다. 삼성 우익수 박한이가 타구를 잡을 때 뒤늦게 2루 베이스를 다시 밟았으니 3루 진루가 쉽지 않았다. 나지완은 후속 김상현의 우익수 파울플라이 때 3루로 진루했으나 2사 3루에서 신종길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홈을 밟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나지완이 최희섭과 김상현의 연이은 우측 뜬공에 안전하게 리터치 플레이를 했다면 선취점을 올릴 수 있었다. 선동열 감독도 “2회 선취점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라고 직접적으로 이를 아쉬워했다. 만약 KIA가 선취점을 얻었다면 승패 흐름은 알 수 없었다. 양팀 선발 김진우와 윤성환 모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주루 미스 하나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사례다.
▲ 박용택 사례, 주자는 순간적인 판단능력이 중요하다
25일 잠실 LG-삼성전서 유사한 일이 있었다. 물론 나지완 케이스보단 훨씬 더 애매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2로 뒤진 LG의 9회말 1사 1,3루 득점찬스. 3루주자는 베테랑 박용택. LG로선 이런 상황에서 박용택의 주루가 굉장히 중요했다. 동점주자였기 때문. 특히 후속타자가 내야 땅볼을 칠 때 잘 움직여야 했다.
타석의 정주현이 오승환의 초구를 쳤다. 타구가 묘했다. 스핀이 걸렸다. 바운드가 되면서 불규칙하게 튀었다. 오승환의 오른쪽으로 간 타구. 오승환이 손을 갖다 댔으나 잡지 못했다. 공은 오승환을 지나치면서 통통 튀었다. 유격수 김상수가 전진대시해서 잡기엔 타구가 너무 느렸다. 많이 구르지도 않았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가장 까다로운 상황.
정주현은 김상수가 공을 수습하기도 전에 1루를 밟았다. 내야안타. 그런데 3루주자 박용택이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동점이 돼야 할 상황이 1사 만루로 둔갑한 것. 이후 최영진과 이대형이 연이어 삼진으로 물러났다. LG는 그렇게 삼성에 석패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를 두고 “우리 입장에서야 안 뛰었으니 땡큐”라면서도 “박용택이 홈으로 뛰어들어갔어야 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1사 1,3루 상황에선 3루주자는 내야 땅볼 때 무조건 홈으로 뛰어야 한다”라고 했다. 더블 플레이가 되면 그대로 이닝이 끝난다. 혹시 더블플레이 실패 상황을 대비해 홈으로 달려야 한다는 것. 하물며 더블플레이가 쉽지 않은 타구인데 3루주자는 홈 횡사를 각오하고 홈으로 달려갔어야 한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이어 류 감독은 “무사 1,3루였다면 안 뛰어도 된다. 더블플레이가 되더라도 2사라서 득점기회가 남아있다”라고 했다. 오히려 무사 1,3루에서 더블플레이가 안 될 것 같은 타구엔 3루주자가 홈으로 뛸 경우 아웃카운트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주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3루 주루 코치 최다 경력자다운 명쾌한 설명.
▲ 박용택을 이해한 류중일 감독, 나지완은?
류 감독은 박용택을 감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했다. “3루에선 오승환이 타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웃었다. 실제 그렇다. 투수가 타자의 타구를 수습할 경우 3루주자가 홈으로 대시하는 게 부담스럽다. 눈 앞에서 아웃당할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론을 알고 있더라도 순간적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류 감독은 “3루 베이스 코치가 3루주자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라면서도 “결국 판단은 3루주자가 한다. 순간적인 판단이라 참 어렵다”라고 했다. 이론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 그렇다면, 주루 전문가 류 감독은 나지완의 주루미스를 어떻게 봤을까. 아무래도 복잡한 상황이었던 박용택 사례와는 달리 나지완의 주루미스는 사실상 본헤드 플레이에 가까웠다.
물론 나지완도 최희섭의 타구가 순간적으로 담장을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실제 타구가 홈런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까마득하게 날아갔다. 그 역시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을 수 있다. 어차피 야구 룰 자체를 모르고 실수 혹은 본헤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없다. 어쨌든 나지완의 26일 광주 삼성전 주루미스는 미스터리다.
[나지완(위,아래), 박용택(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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