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률 인플레이션 시대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한 달이 흘렀다. 30일 현재 5할 승률을 넘는 팀은 5팀. 6위 롯데의 승률이 0.474. 만약 30일 대전 한화전서 승리할 경우 5할이 된다. 승률 0.450의 7위 SK도 2연승을 하면 곧바로 5할이다. 선두 두산과 KIA의 승률은 무려 0.684. 일찌감치 2약으로 내려앉은 한화와 NC를 제외하곤 5할 이상이 언제든 가능하다.
신생팀 NC와 지난해보다 더 약해진 한화의 승률이 너무 떨어진다. 한화가 0.200, NC가 0.150이다. 역대 최저 승률팀은 1982년 원년 삼미. 승률은 0.188. 그 다음이 1999년 쌍방울의 0.224. 2002년 롯데의 0.265다. 2013년 NC는 이대로라면 역대 최저승률 경신 가능성이 있다. 역사를 봐도 1팀도 아니고 2팀이나 이렇게 부진한 승률을 올린 시즌 없었다. 이대로라면 극심한 승률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
▲ KS 6할, PS 5할? 속설이 무너진다
흔히 통용되는 속설 두 가지. 한국시리즈 직행은 6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은 5할. 8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1991년부터 양대리그였던 1999년과 2000년, 다승으로 순위를 집계했던 2003년과 2004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승률로 총 18시즌간 순위를 매겼다. 5할을 채우고도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던 팀은 1993년 빙그레(0.500), 1995년 삼성(0.500), 2002년 두산(0.504), 2006년 두산(0.512), 2008년 한화(0.508) 등 총 5팀에 불과했다.
9개구단 체제 원년인 2013년. 속설이 어긋날 위기에 처했다. 6할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안심할 수 없고, 5할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더욱 장담할 수 없다. 현장 감독들은 “올해는 5할으론 4강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 시즌 초반부터 착실하게 승수를 쌓지 못하면 시즌 중반 이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초반부터 1승이라도 더 얻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 승률 인플레이션, 전력 불균형의 또 다른 이름
승률 인플레이션이 무엇이 문제인가. 전력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한화와 NC는 아직 같은 날 동시에 승리한 적이 없다. 한화의 4승 중 3승이 NC를 상대로 거둔 승리. NC는 3승 중 2승은 SK, 1승은 LG에 따냈다. 두 팀은 승리가 너무 힘겹다. 신생팀 NC는 무려 27개의 실책을 범했다. 현재 9연패 중.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6.14다. 수비와 마운드 안정화. 장기레이스 생존 핵심이다. 두 팀의 문제점은 참 많은데, 일단 이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이유다.
프로야구가 30일 92경기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95만 5617명. 역대 최소경기인 지난해 65경기, 2011년 84경기보다 느린 페이스다. 날씨가 추웠고, 비도 잦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 불균형이라는 평가. 실책, 사사구 속출로 경기의 질이 떨어지는데다 뻔한 결과가 속출한 상황이다. 스타들의 부진과 신예들의 더딘 성장. 바다 건너 이대호, 추신수가 펄펄 날고 있고 류현진이 괴물의 진화를 선보이고 있다. 팬들이 국내야구에 등 돌릴 요소들이다. 승률 인플레이션은 전력불균형의 또 다른 이름. 전력불균형은 프로야구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관중 동원은 회복 추세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26일~28일 광주 KIA-삼성 3연전이 모두 매진됐고, 27일 잠실 LG-롯데전도 모처럼 매진됐다. 확실히 기온이 올라가면서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관중이 많이 들어찰 것이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 한화-NC 3연전서 1패해도 손해? 선순환의 시기는 언제일까
기존 7개 구단들도 이런 현상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한화와 NC에 지는 건 기존 팀들에 지는 것 이상의 타격이다”고 했다. 7개 구단은 한화와 NC를 이 잡듯 잡으려고 한다. 모 구단 감독은 “다들 더 좋은 투수를 한화와 NC전에 집어넣을 것이다”고 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1승이 보장되지 않는 정규시즌서 이길 확률이 높은 한화와 NC전에 총력을 다하는 건 당연하다.
프로야구 전체 발전과 수준 향상을 위해선 한화와 NC가 잘해줘야 한다. 기존 구단들 역시 경기력 향상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나머지 7개 구단은 한화와 NC의 선전을 바란다. 현실은 악순환이다. 정작 자신들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이어진다. 그럴수록 한화와 NC는 승수 쌓기가 더 어렵다. 그들을 상대하는 7팀도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큰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3연전서 2승 1패를 하면 대성공인데, 지금은 1패만 해도 뼈 아픈 느낌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한화와 NC를 두고 “경험이 쌓이고 고비를 넘기면 경기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면서도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력 불균형 극복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 그 선순환의 시기가 언제 찾아올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프로야구는 곧 10구단을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한다.
전력 불균형과 승률 인플레이션 시대. 야구를 하는 선수들, 지켜보는 감독과 야구 관계자들, 야구 팬들 모두 힘겹기만 하다. 프로야구가 대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화-NC 경기 장면(위, 중간), 창원야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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