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창식의 보직을 어찌하리오.
한화 유창식의 보직은 중간계투다. 1일 대전 롯데전서 6회 김광수를 구원해 4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비록 역전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투구내용은 최근 등판 중 가장 고무적이었다. 9경기서 사사구가 18개나 될 정도로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고민인 유창식.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오랜만에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도망가지 않는 피칭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한화는 유창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유창식은 야구 명문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1년 계약금 7억원을 받고 입단했다. 입단 당시 제2의 류현진으로 주목 받았다. 똑같은 좌완이고, 에이스로서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는 점에선 오히려 류현진보다 더욱 화려한 입단. 한화는 계약금 7억원을 들인 유망주를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했다.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2011년 26경기서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9, 2012년 27경기 6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4.77이었다.
올 시즌에도 출발 자체를 중간계투로 한 건 아니다. 한화로선 팀내 최고 유망주에게 선발투수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마침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연이어 빠져나가면서 유창식에겐 입지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연일 호투하면서 한화 마운드 희망봉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선발 등판서 연이어 경기를 망쳤다. 본 무대에서 약한 모습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결국 김응용 감독은 그를 불펜으로 보직 변경했다. 구원투수로 연일 불펜 대기 중이다. 제구력을 잡으라는 의미에서 최대한 많이 등판하고 있다. 구원 성적은 괜찮다. 5경기서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5. 피안타율은 0.214에 불과하다. 선발 4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16.76 피안타율 0.435인 것과는 천지 차이다.
문제는 유창식이 개인과 팀 모두를 봤을 때 구원보다는 선발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유창식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투수라면 꾸준히 선발로 던지는 게 좋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은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그를 불펜으로 돌렸고, 앞으로의 보직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실전 등판 간격이 불투명한 현 상황에선 컨디션 관리가 어렵다는 약점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창식만 선발로 돌아갈 수도 없다. 현재 한화 마운드는 비상체제로 돌아간다. 외국인 투수 데나 이브랜드도 불펜 등판을 했다. 대니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외 토종 투수들에겐 사실상 선발과 불펜의 경계가 사라졌다.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유창식의 무조건적인 선발 재전향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유창식이 구원 등판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실력으로 선발로 돌아가서 스스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김 감독은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서 6이닝 2자책 역투한 안승민의 시즌 첫 선발경기에 내심 만족했다. “다음에 얻어터지면 선발로 못 쓰지”라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승민에게 당분간 선발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유창식도 계기를 잡아야 한다. 김 감독의 눈에 드는 투구를 펼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1일 대전 롯데전 4이닝 1실점 구원역투는 패전 처리됐음에도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팀 사정을 봐도 유창식이 안승민, 김혁민과 함께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다. 보직의 딜레마를 풀어내기 위해선 구원으로 나와서 좀 더 긴 이닝 소화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 감독에게 어필을 해야 한다. 안정된 제구력은 필수다. 여전히 선발로테이션 재진입 기회는 남아있다.
[유창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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