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탈출구는 어디에 있나.
롯데가 연일 실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대전 한화전서도 실책 3개를 범하며 3경기 연속 3실책을 기록했다. 3경기 합계 9실책. 올 시즌 22경기서 무려 22실책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1실책. 27개를 기록 중인 신생팀 NC에 이어 최다 2위다. 1일 경기서 경기 후반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3연패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사실 실책으로 패배했어도 할말이 없는 경기였다. 롯데로선 신생팀에 버금갈 정도로 실책이 많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 곳곳에서 터지는 지뢰밭 롯데 수비
내, 외야를 막론하고 실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황재균이 4실책으로 팀내에서 가장 실책이 많다. 박기혁, 용덕한이 3실책, 김문호, 손아섭이 2실책, 김사훈, 장성호, 정훈, 전준우, 강민호, 송승준이 각각 1실책을 범했다. 내, 외야수들의 소위 말하는 ‘알까기’에서부터 포구 과정에서의 펌블, 송구 실책, 중계 플레이 실책 등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결정적 실책으로 패배하는 경기도 나왔다.
사실 롯데는 과거 수비가 약한 팀이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런 약점이 상당 부분 상쇄됐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는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면서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두산에 준플레이오프서 승리하면서 큰 경기 징크스도 어느 정도 벗어난 상황. 지난해 정규시즌도 133경기서 83실책. 고작 22경기 치른 상황에서 지난해 4분의 1수준인 22실책을 범했다는 건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흔히 전문가들은 실책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현상을 두고 ‘실책 돌림병’이 퍼졌다고 본다. 한, 두 선수가 실책을 범하면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실책이 연이어 나오는 것. 수비가 탄탄하기로 유명한 삼성도 과거 이런 적이 있었던 만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김시진 감독은 “인간이니 실책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애써 개의치 않으려는 모습.
▲ 어쩌다 실책공장 오명 뒤집어 썼나
꼭 그렇게 치부할 수도 없다. 원인을 몇 가지 짚을 수 있다. 일단 롯데 야수진이 지난해에 비해 변화가 있다. 유격수 박기혁이 군 복무를 마치고 유격수에 복귀했고, 외야에도 김주찬이 나가고 김문호가 가세했다. 수비는 서로간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아직 잘 맞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야수진에 변화가 생기면서 미묘하게 호흡이 어긋날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호흡을 충분히 맞췄지만, 막상 실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했다.
또 하나. 롯데는 2일 현재 팀 타율 0.248로 6위다. 팀 홈런은 4개로 최하위이고, 팀 장타율도 0.332로 8위다. 팀 득점권 타율도 0.242로 6위. 홍성흔과 김주찬이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찬스에서의 응집력과 장타력이 크게 약화됐다. 과거 공격력 하나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었으나 올 시즌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최근 수년간 주전들도 수비력보단 공격 위주로 정해졌었다. 한 마디로 공격이 잘 풀려야 수비도 잘 풀리는 스타일. 그러나 공격이 풀리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수비도 흔들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실책이 나온 뒤 해당 선수들은 자신감마저 결여 돼 타석에서 다시 좋지 않은 결과를 부르는 경우도 나온다. 실책 돌림병의 최후라고 봐도 된다.
▲ 실책공장 오명 벗어날 방법은 없나
실책 공장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결국 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래 타격의 팀이니만큼 큰 점수 차로 이기면서 상승 무드를 탈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처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시진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미팅을 잘 하지 않는다. 파트 별 코치가 있지 않나. 코치들과 미팅을 한다. 내가 미팅을 하면 선수들에게 잔소리가 될 뿐이다”라고 했다. 결국 선수들 마음을 좀 더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보는 것.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김 감독은 “수비는 화려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쉬운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홈에서만큼은 원정 팀보다 수비를 잘 해야 한다. 홈 구장의 환경에 익숙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직구장의 펜스 플레이에 대한 계산은 상대보다 잘 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롯데 야수진의 깊이가 타팀에 비해 깊지 못해 실책을 범한 선수들에게 충격요법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도 대두한다. 실책이 나오면서 흔들린 선수들도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스스로 약점을 개선하고 심리적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는 의미. 그런 점에서 1일 대전 한화전서 4안타 3도루를 기록한 황재균의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모처럼 타격에서 맹활약하며 분위기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들 자체적으로 수비 불안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롯데 선수들(위), 괴로워하는 박종윤(가운데), 팀내 실책 1위 황재균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