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한국 무대 첫 패배다.
SK 좌완 조조 레이예스. 야구인들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즌 1달이 지난 상황. 그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투수라는 데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정도로 위력적인 볼을 뿌린다. 일단 타점이 높고 구속이 150km를 상회한다. 타자 무릎 높이로 절묘하게 제구하는 능력도 좋다. 투심, 싱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할 줄 안다.
SK로선 복덩이다. 그는 올 시즌 6경기 중 5경기서 선발등판했고, 10일 목동 넥센전서는 올 시즌 첫 완투완봉까지 기록했다. 선발로 나와서 7이닝 미만으로 던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퀄리티스타트도 4회. 인성도 갖췄다. 지난달 28일 인천 한화전서는 연장전서 불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했다. 1실점했으나 외국인 에이스가 불펜 등판을 받아들이는 건 이례적인 일.
3일 대전 SK전. 레이예스는 또 한번 작은 배려를 발휘했다. 원래 이날 로테이션 순서상으론 레이예스가 아니라 크리스 세든이 등판해야 했다. 세든은 27일 인천 SK전서 선발등판했기 때문. 그러나 세든이 당시 7⅔이닝 동안 공을 많이 던져 하루 정도 더 휴식할 수 없는지를 팀에 요청했다. 그러자 레이예스가 흔쾌히 하루 전 등판을 받아들였다. 사실 레이예스는 이날, 혹은 4일 등판 모두 관계가 없었다.
팀 전체가 4일 휴식을 취한 뒤 갖는 주말 한화 원정 3연전. 첫 경기서 에이스 레이예스의 등판. SK로선 깔끔하게 시즌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문제는 레이예스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는 점. 지난 4월 1달간 보여준 그 레이예스의 구위가 아니었다. 타점은 여전히 높았으나 볼이 대체로 높게 형성됐다. 또 이날 유독 한화 타자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공략할 수 없는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거나 파울 커트를 했고, 심지어는 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레이예스는 1회 선두 이대수에게 2루타, 이학준에게 우전안타를 내줘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최진행을 삼진으로 솎아냈으나 김태균을 피해가면서 1사 만루 위기. 오선진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선두 정현석에게 안타를 맞았고, 김경언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2루 위기.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이대수에게 절묘하게 떨어지는 볼을 던져 유격수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3회에도 1사 후 최진행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태균을 투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실점없이 넘어갔다. 4회에도 또 다시 위기. 선두 오선진에게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계속 흔들린 것. 심지어 이양기는 레이예스의 바깥쪽 높은 볼을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정범모에게도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
실책이 나왔다. 김경언의 3루 땅볼이 약간 튀어오르자 SK 3루수 최정이 옳게 수습하지 못했다. 펌블하면서 1점을 비자책으로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많이 내려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상황. 그러나 이대수를 유인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학준도 2루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대량실점을 피했다.
결국 5회를 채 버티지 못했다. 최진행과 김태균을 연이어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만수 감독은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를 구원한 최영필이 후속타를 맞지 않았다. 레이예스는 추가 실점이 기록되지 않았다. 4이닝 97구 5피안타 7볼넷 2탈삼진 2자책. SK가 이후 경기를 뒤집지 못하면서 레이예스는 한국 데뷔 첫 패배를 떠안았다. 볼넷이 문제였다. 한국 데뷔 후 최다 7개의 피볼넷. 투구수 97개 중 고작 50개만 스트라이크. 그만큼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커브,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을 고루 섞었다. 그러나 아무리 최고 외국인투수라도 제구력과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드러난 경기였다.
[레이예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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