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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훈련 또 훈련이다.
손연재(연세대)는 1월 말 러시아로 출국했다. 발가락 부상을 치료하느라 훈련 시작이 늦었다. 당시 얼굴에 귀여운 볼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있었다. 3개월이 지난 7일 인천공항. 그렇지 않아도 작은 얼굴, 작은 몸이 더 작아졌다. 한눈에 봐도 살이 확 빠진 게 표시가 났다. 그만큼 훈련 강도가 높았다는 방증. 손연재가 동유럽 강호들 틈바구니 속에서 월드컵 시리즈 3연속 메달,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 4위라는 성과를 거둔 건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
손연재는 올 시즌 리듬체조 바뀐 채점 규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새롭게 다듬었다. 후프, 볼, 리본, 곤봉 모두 완전히 프로그램을 바꿨다고 보면 된다. 표현력이 중요해진 채점 규정. 은근히 손연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동안 워낙 귀엽고 깜찍한 연기로 찬사를 받아왔던 손연재다.
아니었다. 동유럽엔 강호가 즐비했다. 화수분이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건들이 출현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와는 또 달랐다. 손연재는 단순히 곤봉 수구를 머리에 얹은 뒤 표현력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틀만에 모든 일정을 소화한 소피아 월드컵에서 파워와 체력적 난조를 드러냈다. 대부분 비슷한 조건이었으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연기의 기복을 줄이는 것도 과제다. 손연재는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 4위를 차지하면서 사상 첫 전 종목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멀티메달엔 실패했다. 물론 3연속 메달은 굉장한 성과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동메달을 따낸 후프 외엔 체력적인 난조로 결선 진출자들 중 중, 하위권 성적을 냈다. 손연재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선 프로그램 완성도를 더욱 높여서 연기의 안정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손연재도 잘 알고 있다.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가 잦다는 지적에 “훈련밖에 없다. 이제 와서 프로그램을 고칠 시간은 없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계속 연습을 하겠다”라고 했고,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훈련을 통해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고된 훈련에 살이 쪽 빠지고 다소 지친 기색을 보인 손연재였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신념이 보였다.
사실 리듬체조같이 체중 조절이 중요한 종목에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먹는 양도 조절하면서 훈련을 체계적으로, 강하게 소화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살을 빼면서 힘은 키워야 한다. 손연재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이번 월드컵 시리즈 연속 출전을 통해 더 독해져야 한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민스크 월드컵에 곧바로 나간다.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체력,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겠다”라고 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이미 많은 걸 이뤘다. 이미 그녀가 걸어온 길 자체가 한국 체조의 역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살이 쪽 빠진 얼굴에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집념과 승부욕이 보였다. 결국 강훈련밖에 없다. 손연재는 10일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친 뒤 12일 러시아로 출국해 민스크 월드컵에 대비한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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